SK…“중국서 번 돈은 중국에” 윈윈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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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우시(無錫)의 하이닉스 중국 공장을 방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SK그룹은 한·중 수교 이전부터 중국 진출을 준비했다. 고(故) 최종현 회장이 1980년대부터 양국 간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한 결과 수교 1년 전인 1991년 서울과 베이징(北京)에 무역대표부를 설립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최 회장은 당시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은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며 “SK그룹은 길게 보고 중국에서 번 돈을 중국에 투자해 서로 ‘윈-윈’할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 현지화(China Insider)’ 전략은 지금도 SK그룹 중국 사업의 기본 철학으로 자리 잡고 있다.

SK그룹의 중국 사업은 90년 푸젠(福建)성에 인데센그룹과 합작으로 비디오테이프 공장을 세우며 시작됐다. 90년대에는 선전(深土川)에 대규모 정유단지를 세우려던 계획이 중국 정부의 자국업체 육성 계획에 밀려 표류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전기를 마련한 것은 2010년 7월 SK차이나를 설립하면서부터다. 그룹 지주사인 SK㈜의 최고경영자(CEO)이던 박영호 부회장이 SK차이나의 사령탑을 맡을 정도로 그룹 전체의 힘을 모았다.

SK는 중국에서 화학·석유·정보통신·패션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석유사업 가운데 아스팔트는 지난해 매출액이 23억 위안(4100억원)으로 2년 만에 다섯 배로 성장했다.

올들어서는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우시(無錫) 반도체 공장이 중국 사업의 핵으로 등장했다. 월 15만 장의 웨이퍼로 전 세계 D램 생산량의 11%를 공급하는 우시 공장은 지난해 하이닉스 전체 D램 매출 67억 달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 덕에 SK그룹의 중국 매출은 2010년 255억 위안(4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515억 위안(9조2000억원·하이닉스 포함)으로 성장했다. 현재 100개 법인, 1만3000명 임직원이 SK차이나 깃발 아래 있다. 박영호 SK차이나 총재는 “지난 1년간 만들어낸 변화는 SK가 20년에 걸쳐 중국에서 축적해온 변화보다 거대하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중국 최대의 국영 석유업체인 시노펙과 합작으로 충칭(重慶) 유화단지, 우한(武漢) 에틸렌 공장 등을 건설할 예정이다. 또 2016년 준공을 목표로 43만㎡(약 13만 평)에 달하는 상하이 엑스포 부지에 사무 단지를 개발하는 등 도시개발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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