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수감된 지 110일 … 버틸 한계 넘었다”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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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에 부딪쳐 넘어지는 사람은 없지만 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건 작은 흙무더기라고 합니다.”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25호 법정.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8억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된 최시중(75·사진)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최후진술을 하면서 중국의 사상가인 한비자의 경구를 인용했다. 그는 “수많은 난관을 지났는데 오늘 법정에 서고 보니 참담하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하늘색 수형복 차림에 백발의 최 전 위원장은 최후진술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품 안에서 꼬깃꼬깃 접은 종이를 꺼내 들었다. 그는 “시골 구룡포에서 나서 어려운 형편에 수업료가 없어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소년가장이었다”며 인생 굴곡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통조림공장, 서점에서 일하고 가정교사 등을 하며 어렵게 살아온 과정을 풀어놓았다. 최 전 위원장은 “언론 30년, 여론조사 14년, 정치 6년 등 50년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 왔는데 오늘 법정에 서니 참담하다”고 말했다.

 최 전 위원장은 하루 전 재판부에 병보석을 신청했다. 재판 시작 무렵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 23부 정선재 부장판사가 보석신청 사유를 묻자 “수감된 지 110일이 지나 정신적·육체적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파이시티 측 이동율(60·DY랜드건설 대표·구속기소)씨로부터 6억원을 받은 사실은 시인한 상태다. 하지만 인허가 청탁 대가라는 돈의 성격과 추가로 2억원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이날 재판에서도 완강히 부인했다. 최 전 위원장은 “돈을 받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퇴임한 이후여서 청탁을 들어줄 만한 처지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2006년 7월부터 1년간 매달 5000만원씩 받은 게 전부”라며 “정치를 해보면 알겠지만, 한 달에 5000만원씩 1년에 걸쳐 받은 것은 그렇게 큰돈이 아니다”고도 했다. 특히 추가로 2억원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6억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한 마당에 정말 받았다면 2억원만 부인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며 반박했다. 검찰은 이날 징역 3년6개월과 추징금 8억원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4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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