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받은 어류 둥둥' 남해 수온이 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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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더위로 남해안 일부 지역의 수온이 31도까지 치솟으면서 적조 피해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전남 고흥 바다에 수산 관계자들이 황토를 살포하고 있다. [고흥=뉴시스]

19일 오후 전남 장흥군 앞바다의 바닷물 온도가 30도까지 치솟았다. 인근 득량만도 29.3도나 됐다. 손을 담그면 따뜻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장흥 앞바다는 전날엔 이보다 높은 31도를 기록했다. 예년에 비해 2~3도가 높은 데다 강원도 동해안에 비하면 10도 가까이 데워졌다. 30도를 넘는 수온은 적도 부근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이다. 실제로 장흥보다 남쪽인 제주도 남쪽 해역에서도 30도를 넘는 건 10년에 한 번꼴로 드물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서영상 수산해양종합정보과장은 “장흥 앞바다와 득량만이 육지 쪽으로 들어온 내만(內灣)이기는 하지만 남해 연안에서 수온이 31도까지 측정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정도 수온이라면 적조는 둘째치고 높은 기온을 견디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양식 어류가 죽는 게 더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바닷물 수온이 급격히 올라간 것은 낮은 수심에다 강한 일조량이 더해졌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장흥군 수준은 아니더라도 남해안의 다른 지역에서도 수온이 예년보다 2~3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 24도 이상에서는 적조 생물이 빠르게 번식하기 때문에 적조 피해가 더 늘어날 우려가 크다. 수산과학원이 이날 경남 통영시 사량도∼한산면 추봉도 연안에 대해 내렸던 적조주의보를 ‘적조경보’로 격상한 것도 이 해역의 ‘고수온(26~29도) 현상’ 때문이다. 과학원 측은 “적조와 고수온이 겹치면서 양식 어류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폐사 위험이 높아져 ‘적조경보’로 대체했다”고 설명했다. 경남도와 통영시 등은 이날 통영·남해 앞바다를 중심으로 어선 20여 척을 동원해 황토 190t을 살포하는 등 방제작업에 총력을 쏟았다.

 고수온 현상이 이어지는 것은 올여름 폭염과 함께 일조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약해지면서 그 가장자리에 든 중부지방에는 비가 자주 내렸지만 남부지방은 여전히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제주시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날까지 29일째 연속으로 열대야가 이어져 종전 연속 28일(2010년) 기록을 경신했다.

 육지 쪽의 폭염은 이번 주를 고비로 누그러질 전망이다. 기상청 김태수 통보관은 “중부지방은 25일까지 계속 비가 내리겠고 남부지방에도 22~24일 비가 내릴 전망”이라며 “남부지방의 폭염도 21일을 고비로 수그러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적조는 비가 내리더라도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수산과학원 임월애 박사는 “수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져야 적조가 수그러드는데 바닷물 수온은 육지만큼 빨리 떨어지지 않는다”며 “비가 내리더라도 수온이 높으면 적조 생물이 계속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조 생물들은 광합성을 할 뿐만 아니라 양식장에서 나오는 찌꺼기(유기물)를 이용해 번식할 수도 있어 수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강과 팔당호, 낙동강의 녹조는 충주댐 비상 방류와 최근 내린 비의 영향 등으로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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