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게임 역풍 맞을라 … 박근혜 득표율 90%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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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새누리당 대선 경선투표를 이틀 앞둔 17일. 박근혜 캠프는 표가 너무 많이 나올까 봐 고민에 빠졌다. 김문수 후보 등에게 어떻게 ‘표 분산’을 해야 하느냐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당 관계자는 “경선 사상 보기 드문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19일 새누리당은 당원과 대의원, 일반시민 20만1320명이 투표를 완료하고, 여론조사 경선도 마친다. 20일 개표를 하면서 대통령 후보를 확정한다.

 그런데 박 후보의 득표율이 80%는 물론이고 90%까지 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을 포함한 새누리당 역사상 대선 경선 최다 득표율은 2002년 이회창 당시 후보가 얻은 68%였다. 당 관계자는 “박 후보 득표율이 90%를 넘을 경우 ‘선거’가 아니라 ‘추대’”라며 “본선에서 ‘사당(私黨)화’ 논란이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90% 딜레마’다.

 이런 관측은 투표율 변수가 떠오르면서 당내에 확산되고 있다. 19일은 휴일인데다 서울·경기 및 강원 등에 비가 올 것이란 예보가 나온 상태다. 투표율이 떨어지면 열성 지지자층이 많은 박 후보의 득표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박근혜

 박 후보 캠프의 홍문종 조직본부장은 “투표율이 30%대로 떨어지면 박 후보의 득표율은 90%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캠프도 이날 “자체 분석 결과 박 후보의 득표율이 91%에 이르는 일방적 결과가 나올 걸로 예상된다”는 ‘우려’를 박 후보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그래서 홍 본부장은 “다른 후보들에 표가 자연스럽게 분산될 수 있도록 전국 당협위원장들이 주말 동안 투표 독려운동을 벌이도록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 캠프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도 기자들에게 “비(非)박근혜 후보들도 다 함께 갈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번 경선에서 ‘명예로운 표’를 얻어야 좋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예측치도 우려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JTBC-리얼미터의 16일 여론조사에서 전체 지지율은 박근혜(49.1%)·김문수(12.9%)·김태호(2.8%) 후보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9일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새누리당 지지층만 따로 보면 박근혜 후보가 86.1%에 달했고, 김문수 후보는 4.4%에 그쳤다. 새누리당 지지자 중 무응답층을 뺐을 때 후보별 득표율은 박근혜 후보가 92.1%까지 올라갔다. 김문수 후보는 4.7%였다. 당선가능성이 높은 ‘대세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밴드웨건 효과’(Bandwagon Effect)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의 분석이다.

 김문수 후보를 포함한 나머지 후보들은 절대 약자에 대한 동정여론에 호소하는 ‘언더독(Underdog) 효과’에 기대는 상황이다.

 ◆“대통령 독도 방문 포퓰리즘 아니다”=박 후보는 17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관련해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밤 SBS 토론회에서 임태희 후보가 전날 최경환 캠프 총괄본부장이 이를 포퓰리즘이라고 한 걸 두고 “박 후보도 동의하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변했다. 앞서 의원총회 직후엔 기자들에게 “‘100% 대한민국’이라는 얘기를 여러 번 했다. (경선 후) 모두 다 끌어안고 같이 간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후보수락 연설문에 돈 공천 의혹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 친인척 재산등록이나 주식거래 제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가중처벌 등의 내용을 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캠프 관계자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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