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 회장 법정구속] 한화그룹 운영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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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 장기 공백 사태에 대비한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일상적 경영은 계열사별로 자율 체제가 갖춰져 있어 큰 문제가 없지만 미래 먹거리를 염두에 두고 추진 중인 장기적인 사업 향방에 먹구름이 낀 상태다.

 우선 김 회장이 직접 챙기던 이라크 신도시 프로젝트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 프로젝트는 국내 단일 사업 수주로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9조4000억원)다. 이라크에선 총리가 직접 나와 김 회장에게 사업의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의논할 정도였다. 특히 이라크는 신도시 건설 부문 중 새로운 군 막사와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한화는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 경력이 있는 군 장성 출신을 영입해 이 지역에 공을 들여왔다. 한화 관계자는 “신도시 프로젝트 외에 이라크에서 성사시킬 여러 사업이 있는데, 모든 게 어렵게 됐다”며 “이번 김 회장 구속 건을 놓고 이라크 쪽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화가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한화는 2010년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를 3억8000만 달러에 인수해 태양광 사업에 몰두해 왔다. 최근 독일 태양광업체 큐셀 인수도 추진 중이다. 큐셀을 인수할 경우 한화는 단숨에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태양광 업체로 도약할 수 있다.

 계열사인 대한생명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던 ING생명 동남아 법인 인수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대한생명은 지난달 본입찰에 AIA생명과 함께 참여해 인수 경쟁을 벌여왔다.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던 보고펀드와의 동양생명 인수 협상 역시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김 회장이 2심에서도 실형을 받을 경우 그는 한화건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건설산업기본법상 금고 이상 판결을 받은 등기임원은 3개월 내에 교체하지 않으면 건설업 면허가 취소된다는 규정 때문이다. 김 회장은 현재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L&C(옛 한화종합화학), 한화건설, 한화테크엠, 한화갤러리의 대표이사직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받게 되면 건설업 면허를 가진 한화건설과 한화L&C(옛 한화종합화학), 한화테크엠 등 세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한화 관계자는 “당분간 비상경영체제가 유지되겠지만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한화그룹으로서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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