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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아동수당을 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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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문진영
서강대 교수·사회복지학과

얼마 전 참여정부 실세였던 한 정치권 인사가 대담 프로에 나와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을 가했다. 그 대담을 이끌던 사회자가 민망했던지 “그래도 현 정부가 잘한 것이 있다면 한 가지라도 지적해 달라”고 하자, 그는 망설임 없이 “보육정책은 평가할 만하다”고 대답한 바 있다. 하지만 과연 현 정부의 보육정책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한 바람직한 정책인가?

 현행 보육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막대한 규모의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하고도 수혜 가정의 체감만족도가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여럿이겠으나, 적어도 아이를 키우는 방식에 관해서는 개개인마다 선호도가 다른데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보육시설 이용 아동과 미이용 아동(양육수당 지급) 간의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특기교육 등과 같이 새로운 교육과정을 편법으로 운영함으로써 가정의 경제적 부담이 완화되지 않고 있다. 결국 한국 사회의 가장 고질적 사회문제인 사교육에 아주 어린 나이부터 노출하는 결과가 되고 있다.

 현 정부가 야심차게 기획했던 보육정책이 이토록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동원하고도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정책이 됐는지 답답한 심정이다. 지금이라도 보육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점검해 더 나은 대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가 운영하는 정책의 방향은 반드시 공공성에 기초해 설계하고, 집행 과정도 공공성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정부가 공공성이라는 대의를 포기하면 이해당사자들의 파당적인 이익 추구로 정책의 목적 자체가 실종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된다. 현행 보육정책은 기존의 민간보육시설에 과도하게 의존함으로써 공공성을 포기하고 있다. 현재 5% 남짓한 국·공립 보육시설을 일정 비율(예를 들자면 30%)까지 확대하는 한편, 보육의 공공관리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보육 서비스의 질이 주로 보육교사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공적 조직을 통해 양성체계를 확립하고 지속적으로 인력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책 내용이 단순 명료해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행정적으로 집행하기 편해야 한다. 현행 보육제도는 제도 설계가 너무 복잡한 데다 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전문가라 하더라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육정책의 지원 기준과 지원금을 최대한 단순화해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도로 개선해야 한다.

 셋째, 공공성·단순명료성과 더불어 정책의 성공 조건으로 정책 수혜자의 선택의 폭을 가능한 한 넓게 보장해야 한다. 현행 보육정책이 과연 정책 수요자의 선호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특히 어떠한 방식으로 아이를 키울 것인가는 전적으로 부모가 결정하게 해야 한다. 누구나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이 선호하는 양육 방식이 있겠고, 그 방식에 따라 키우는 것이 가장 만족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 정부의 보육정책은 부모의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하는 방식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정리하자면 정책은 공공성에 입각해 가능하면 단순명료하게 구성돼야 하며 무엇보다도 정책 수요자의 선택이 폭넓게 보장돼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보편적 아동수당제도가 성공하는 정책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현행 보육제도의 문제점을 고려할 때 그 보완적 대안으로 아동수당제도를 제안하고자 한다. 물론 아동수당은 보육정책과 그 기원, 목적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완전대체재가 되기는 어렵지만 현행 보육정책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보완재로서의 역할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진영 서강대 교수·사회복지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