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매립지 공공 골프장 733억 들이고 문 못 여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인천시 서구 백석동 수도권 쓰레기매립지에 조성된 드림파크 골프장. 제1매립장 153만㎡에 733억원을 들여 36홀 규모로 지어졌다. 그러나 운영 방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개장이 미뤄져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공사 제공]

733억원의 예산을 들여 완공된 공공 골프장이 기관 간의 운영권 갈등으로 문도 열지 못한 채 묵혀지고 있다. 인천시 서구 백석동의 드림파크 골프장은 서울·경기도·인천 지역의 생활폐기물을 파묻은 땅 위에 2년여의 공사 끝에 조성됐다. 매립가스와 침출수 관리 등 쓰레기 매립지의 토양 안정화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의 골프 경기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어졌다. 2005년 매립이 종료된 제1매립장 153만㎡를 부지로 36홀 규모다.

 사업을 시행한 수도권매립지공사는 당초 8월 개장을 목표로 연초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공사는 자회사를 설립해 토양 안정화 작업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그린피도 시중 골프장의 60~70% 선에서 책정해 운영할 계획이었다. 특히 쓰레기 매립으로 환경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우대하는 등의 공익적 운영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감독관청인 환경부는 4개월여를 끌다가 6월에 들어서야 최소한의 인원(30명)으로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당시 수도권 매립지 안팎에서는 환경부가 특정 민간업체에 운영을 맡기는 민간위탁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그러나 특혜 시비 우려와 ‘공익적 운영’ 명분에 밀려 마지 못해 수도권매립지공사의 운영 방안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실제 이 결정 직후 한 민간업자가 환경부 등 정부부처 기자실에 ‘민간위탁 방식만이 유일한 방안’이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민간위탁 입찰을 전제로 전담팀까지 구성했다”고도 밝혔다.

 이후 수도권매립지공사는 개장 시기를 10월 말로 늦추고 자회사 설립을 통한 개장 준비에 들어갔다. 전산운영 시스템과 전동카트 구입, 레스토랑 운영업체 선정, 캐디 모집 및 교육 등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난주 다시 “신규직원 채용과 구매발주 활동을 전면 보류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드림파크 골프장은 클럽하우스 등 모든 시설을 완공해 놓고도 개장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수도권매립지공사 관계자는 “전산시스템 등의 구축에는 최소한 2~3개월이 소요되므로 지금 발주하지 않으면 한겨울에나 골프장을 개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의 개장 중단 지시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환경부가 민간위탁 방식을 재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그러나 수도권매립지공사 측은 733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공공 체육시설의 운영을 특정업체에 넘겨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골프장 이용요금이 올라가고 인천 아시안게임 활용, 피해 주민 우대 등 공익적 운영에도 제약이 가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 지역에서는 운영 방식의 장단점을 넘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분위기다. 수도권매립지 주민지원협의체의 한 간부는 “개장이 늦춰지는 만큼 이용료 수익 등 월 평균 20억~4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민간투자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전국체전과 2014년 아시안게임을 준비 중인 인천시도 개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폐자원에너지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아무런 입장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