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중개 내 손 안에 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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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요즘 부동산중개업자들은 힘들다. 벌써 4년째 착 가라앉은 부동산 경기 탓에 하루하루 버티는 게 버겁다고 아우성이다. 주택 거래는 실종된지 오래고 상가•토지•오피스 거래도 뚝 끊겼다. 그나마 전세‧월세 등 임대 거래로 근근히 버티고 있지만 사무실 임대료와 운영비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집 못 팔아서 발을 동동 구르는 주택 수요자 만큼이나 부동산중개업자도 애가 탄다.

하지만 경기 탓만 하며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주택 대신 특정 분야만 전문적으로 공략하며 돌파구를 찾는가 하면, 사무실 운영비를 아끼기 위해 사무실을 합동으로 운영하는 이들이 있다. 불황을 이기는 노하우를 들어봤다.

“난 한 놈만 팬다.”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의 주인공 유오성이 수십명의 적을 앞에 두고 내뱉은 이 말은 영화 속 명대사로 손꼽힌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케이리얼티중개(02-6261-2000)의 이현철 대표(사진)도 요즘 한 놈만 공략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점포 중개다.

15년째 중개업계에 몸 담고 있는 이 대표는 그동안 주거용 부동산, 상업용 부동산 등 다양한 상품을 중개해왔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상업용 부동산 중에서도 프랜차이즈 점포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문 분야를 정하고 그것만 중개하게 된 이유는 뭔가.“불황 때문이다. 오랫동안 중개업계에 있으면서 다양한 상품을 중개해왔다. 주택경기가 좋았던 2000년대 초•중반에는 주거용 부동산을 많이 했고 상가시장이 살아나면서 여러 가지 상업용 부동산도 다뤘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으면서 위기감을 느꼈다. 경기가 좋을 때야 먹거리가 많으니 이것 저것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 되지만 불황에는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아 나서야 하는 법이다. 앞으로 전문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보고 고민 끝에 2010년 결심하게 됐다.”

-전문분야의 범위가 굉장히 좁다.
“보통 부동산을 아파트•상가•토지 등으로 크게 나누는데 이렇게 나눈 것을 뿌리라고 치자. 그럼 상가라는 뿌리가 있는 나무의 줄기는 아파트단지 내 상가, 쇼핑몰 내 점포, 근린상가 등이 된다. 이 중에서도 나는 잎사귀 정도인 프랜차이즈 점포를 선택했다. 같은 상가라고 해도 저마다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중개를 할 때도 신경써야할 부분이 다르다.

나는 그 범위를 최대한 줄여서 세밀하게 공략하기로 했다. 내 주변에도 당구장•원룸텔•단란주점•모텔 등으로 범위를 축소해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프랜차이즈 점포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뭔가.“주택시장은 이제 이전 같은 호황은 없을 것이라 판단해 상업용 부동산을 살폈다. 하지만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상가시장도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인구 흐름이나 사회 전반적인 상황을 봤을 때 프랜차이즈 점포는 수요가 꾸준하다고 판단했다.

최근 국내 자영업자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8월 초 기준으로 국내 자영업자 수는 583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만9000명 늘어났다.

특히 은퇴 후 창업에 나선 50대 이상 자영업자 수가 26만명이나 늘었다. 베이비부머 은퇴 영향이 클 것이다. 이른바 ‘장사’가 생소한 이들이 창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이템이 프랜차이즈다. 본사의 지원과 관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프랜차이즈 점포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분야가 너무 한정된 것은 아닌가.“요즘은 대부분이 프랜차이즈화하고 있다. 의류나 악세서리, 음식, 커피는 물론이고 떡볶이까지 프랜차이즈로 운영된다. 일반인들은 큰 프랜차이즈 몇 개만 기억해서 많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내가 아는 떡볶이 프랜차이즈만 50개에 달한다. 프랜차이즈 창업에 나서는 이들이 찾는 직영 점포나 가맹 점포만 해도 상당하다.”

-벌써 2년째 한 분야만 공략했다.특별한 노하우가 생겼나.“매매건 임차건 기본적으로 장사가 잘 될 곳을 골라줘야 한다. 때문에 상권을 분석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프랜차이즈 점포는 장사를 해 본 경험이 없는 이들이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점포 중개뿐 아니라 창업에 필요한 크고 작은 조언을 해주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 아닌가. 특정 프랜차이즈 점포를 집중적으로 중개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가 중개한 특정 프랜차이즈 점포들의 매출이 좋으면 본사에서 신규 점포를 낼 때 매장을 골라달라고 연락이 오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든든한 고정고객을 확보하게 되는거다.”

-다양한 상품을 중개할 때와 지금 수익은 얼마나 차이 나나.“2010년부터 전문적으로 프랜차이즈 점포를 중개해왔는데 사실 그 전과 큰 차이는 없다. 2000년대 중반과 비교하면 수익이 더 적다. 하지만 그때는 호황이었고 지금은 상황이 어려우니 비교할 수는 없다고 본다. 지금은 빚지지 않고 버티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예전보다 수익을 더 올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불황 아닌가.”

-경기가 살아난 후는 어떨까.“앞서 말했듯이 자영업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프랜차이즈도 계속 늘어날꺼다. 경기가 살아나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일단 장사가 잘 될 것 아닌가. 장사가 잘 되면 권리금도 올라가고…. 상가의 경우 고정 중개수수료 외에 권리금에 대한 수고비를 따로 챙겨주기도 한다.

보통 시설권리금, 영업권리금 등 보증금과 월세 외에 권리금을 줘야 하는데 입지가 좋은 점포를 낮은 권리금으로 인수할 수 있도록 중개하면 아낀 권리금에 대해 수고비를 주는 것이다.

오히려 중개수수료보다 액수가 더 큰 경우도 많다. 2010년 이후 프랜차이즈 점포를 집중 공략하면서 이런 노하우도 쌓았고 인맥 등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앞으로 나만의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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