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선수는 못해" 손연재의 남다른 동작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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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가 지난 11일(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리듬체조 결선에 출전해 마지막 종목인 리본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런던 올림픽 전 손연재(18·세종고)는 “10명이 나가는 결선 진출이 목표”라고 했지만, 상승세의 손연재에겐 어울리지 않는 목표였다.

 손연재는 11일(한국시간)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111.475점(후프 28.050점, 볼 28.325점, 곤봉 26.750점, 리본 28.350점)으로 5위에 올랐다. 동메달을 딴 리우부 차카시나(벨라루스)와 0.225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결선에서 곤봉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아깝게 메달을 놓쳤지만 아쉽진 않았다. 18세, 손연재의 전성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기 때문이다.

 손연재는 런던이 배출한 스타다. 깜찍한 외모로 한국에선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지만 이젠 실력으로도 당당한 스타가 됐다. 대회 도중 국제체조연맹(FIG) 홈페이지엔 손연재의 기사가 톱을 장식했고, 현장에서도 손연재가 연기를 마치고 무대를 떠날 때 가장 큰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리듬체조에선 오랫동안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이 강세였다. 1990년대 초반 북한이 잠깐 활약한 적은 있지만, 동양인에게 리듬체조는 넘지 못할 벽이었다. 1984 LA부터 2012 런던까지 8번의 올림픽 중 7번의 금메달을 동유럽이 휩쓸었다. 심판진도 대부분 동유럽 출신이라 그들 눈에 익지 않은 선수들에 대해선 점수가 박했다. 여기에 동양에서 온 손연재가 파란을 일으켰다.

 손연재는 매력은 ‘남다름’이었다. 손연재의 에이전트인 문대훈 대리(IB스포츠)는 “국제대회에 나가면 손연재의 연기에 대해 ‘유럽 선수들과는 다르다. 개성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전했다. 손연재는 부채를 형상화한 리본 연기의 첫 동작처럼 서양에서 태동한 리듬체조에 동양적 색깔을 입혔다. 리본 의상의 붉은색 그라데이션(번짐)은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꽃무늬가 가로지른 의상을 입고, 손등에 곤봉을 올린 채 피벗(제자리 회전)을 하는 동작 역시 동양적 매력이 물씬 풍긴다. 차상은 국제심판 겸 MBC 해설위원은 “이 동작은 다른 선수들에겐 없고 손연재만 하는 동작이다. 의상과 조화를 이뤄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조 윌리엄스는 “손연재의 곤봉 프로그램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며 “그는 다른 선수들과는 전혀 다른 연기를 한다”고 전했다,

 동양적 매력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손연재는 회전이나 점프 등 고난도 동작을 정확하게 구사한다. 동작과 동작 사이 연결도 물 흐르듯 유연하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훈련지에서 세계 최강 러시아 대표팀과 함께 체계적이고 혹독한 훈련을 소화한 덕이다. 러시아에선 리듬체조 훈련 못지않게 발레 수업의 비중이 큰데, 이를 통해 우아함과 동작의 정확성을 길렀다.

  메달은 놓쳤지만 손연재는 웸블리 아레나에서 누구보다 빛났다. 런던 올림픽 이후 손연재의 행보에 세계 리듬체조계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손연재 역시 “다음 번엔 메달을 노리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손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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