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박주영, 베이징의 이승엽처럼 화려한 부활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런던의 박주영(27·아스널)이 베이징의 이승엽(36·삼성)처럼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일간스포츠가 보도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축구대표팀의 공격수 박주영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 타자 이승엽의 영광을 재현했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2008년 중국 베이징 우커송구장에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는 베이징올림픽 일본과 4강전에서 2-2로 맞선 8회말 1사 1루에서 마무리 투수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역전 결승 투런포를 쳐냈다. 그는 베이징올림픽 본선 풀리그에서 22타수 3안타로 극도로 부진했다. 일본과 4강전에서도 삼진-병살타-삼진으로 세 타석을 보냈다. 절박한 순간에 터진 한방으로 국민들과 후배들에게 미안함을 깨끗이 갚을 수 있었다. 그는 쿠바와 결승전에서 연거푸 결승 투런 아치를 폭발시켜 금메달을 이끌었다.

박주영이 이승엽의 발자취를 뒤따랐다. 골 가뭄을 해갈하라는 특명을 받고 와일드 카드(23세 초과선수)로 합류한 박주영은 부진했다. 스위스와 조별리그 2차전 골을 제외하면 낙제점이었다. 브라질과 4강전에는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는 굴욕을 당했다. 팬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가뜩이나 지난 3월 모나코 공국으로부터 10년 장기 체류 허가를 받아 병역 연기 논란에 휩싸여 미운털이 박힌 그였다. 박주영은 마음 고생이 심했다. 속이 새까맣게 타틀어갔다.

마침내 박주영이 속죄포를 쐈다. 브라질전에서 교체투입되며 연신 "포기하지마"를 외친 그의 열정은 진심이었다. 박주영은 11일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일본과의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에서 상대 넷을 따돌리고 환상 선제 결승골을 터트렸다. 한 방송국 아나운서는 "박주영의 드리블은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 한척 갖고 왜적 함대를 헤집고 다니는 것 같았다"고 평했다.

박주영은 전반 막판 상대의 비열한 반칙에 왼쪽 광대뼈 부근에 피가 났지만 후반에 반창고를 붙이고 나와 투혼을 불살랐다. 후반에 헤딩으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추가골까지 도왔다. 박주영은 이승엽처럼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온라인 중앙일보,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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