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캠프 자정론 … “돈 공천 의혹 인물과 선거 못 치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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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 대표, 이혜훈·이정현 최고위원. [김형수 기자]

돈 공천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의 위기감이 고조되며 ‘인적쇄신론’이 나오고 있다. 일부 박근혜계 인사들을 2선에 후퇴시키자는 얘기다.

 박근혜 캠프의 정치발전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문제는 박 후보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진실 여부에 관계없이 의혹의 대상으로 오르내리는 사람들과 과연 선거를 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박 후보가 대국민 사과뿐 아니라 의혹의 대상으로 오르내린 사람들은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만 국민들이 신뢰를 계속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경선 후) 대선 캠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인적 구성을 달리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적 쇄신’ 카드로 분위기를 반전시키자는 것이다.

 당 일각에서도 이번 기회에 박 후보가 주변 인사들을 전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후보는 한번 믿고 쓰는 사람은 보직을 바꿔서라도 계속 중용하는 스타일이다.

김문수 대선 경선 후보가 9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열린 김천실내체육관에서 당원들과 인사를 하던 도중 한 남성에게 멱살을 잡히고 있다. [연합뉴스]

 현기환 전 의원만 해도 박 후보 캠프의 대외협력부단장(2007년 대선 경선 때)으로 신임을 얻은 뒤 올 초 의원직을 사퇴했는데도 새누리당 공직후보자 추천위원, 여의도연구소 제2부소장 등의 요직을 계속 맡겨 왔다. 그런 현 전 의원이 의혹의 중심에 있는 데다 또 다른 핵심 인사인 현경대·이정현 전 의원이 현영희 의원으로부터 차명으로 후원금을 받은 것 때문에 구설에 올랐다. 여기에다 ‘박근혜 키즈’로 통하는 손수조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회 위원장까지 이름이 등장했고, 현 의원에게 차명 후원금을 받았다는 박근혜계 전·현직 의원 3~4명의 실명이 추가로 떠돌아다니고 있다. 박근혜계 한 의원은 9일 “이런 사건은 법적인 문제가 없어도 이름이 거론되는 자체만으로 정치적으로 상처를 받기 마련”이라며 “박근혜계 전체로 흙탕물이 튀는 상황이 올까 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당직자는 “충성도만을 잣대로 사람을 쓸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이 자체적으로 진위를 조사하겠다고 구성한 ‘공천 관련 금품수수 의혹 진상조사위원회’ 위원 김용태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대로 가다간 큰 선거들을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현영희 의원이 다른 의원들한테도 차명을 넘어 비밀리에 후원했다는 소문이 번져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에 부담을 주는 또 다른 돌발사건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김문수 후보 측근으로 분류되는 그는 “쇄신을 한다면서 다른 것도 아니고 공천에서 돈이 오갔다면 사실은 당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며 “창당 이래 최대 위기”라고 규정했다.

 박 후보 지지율도 위기다. JTBC-리얼미터의 일일 조사에서 박 후보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양자대결 시 8월 3일엔 우세(박 후보 48.2%, 안 원장.44.8%)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파문이 확대되면서 9일 조사에선 역전(안 원장 48.0%, 박 후보 44.7%)을 허용했다.

 ◆박근혜·최태민 동영상 또 튼 김문수=연일 박 후보와 각을 세우고 있는 김문수 후보는 이날 경북 김천에서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박 후보와의 관계에 의혹이 제기됐던 고 최태민 목사가 박 후보와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이 담긴 자신의 홍보 동영상을 또 발표했다. 지난 6일 서울 지역 합동연설회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러자 청중석에선 ‘치아라, 고마 집에 가자!’ ‘뭐야!’ ‘나가라’ 등의 야유가 터져나왔다.

김정하·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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