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런던] 여자배구, 도전 동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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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졌지만 잘 싸웠고 실망할 이유도 없다. 37년 만의 메달 도전은 계속된다.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얼스코트에서 열린 런던 올림픽 여자배구 준결승에서 미국에 0-3(20-25, 22-25, 22-25)으로 졌다. 결승 진출에 실패한 한국은 11일 오후 7시30분 브라질-일본의 패자와 갖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동메달) 이후 두 번째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이날 한국의 승리를 점친 이는 많지 않았다. 세계 랭킹 1위 미국은 ‘죽음의 조’였던 B조에서 예선 5경기를 치르는 동안 1패도 당하지 않았다. 5경기 동안 2세트만 내줬는데 그중 한 번이 한국이 빼앗아낸 것이었다.

 이날 경기장은 원정 경기를 방불케 했다. 얼스코트에는 성조기가 태극기의 10배쯤 많이 내걸렸다. 경기 내내 “USA”를 외치는 관중의 목소리 속에 “대~한민국”을 외치는 교민들과 유학생들의 목소리는 묻혔다. 그럼에도 우리 응원단은 목청이 터져라 응원했고, 간간이 이 소리는 미국팀의 응원을 뚫고 코트에 울려 퍼졌다.

 한국의 기세는 만만치 않았다. 1세트 초반 ‘월드스타’ 김연경을 앞세워 미국을 거세게 압박했다. 한국 선수들의 기세에 눌린 미국은 평범한 서브에도 불안한 리시브를 보이며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세트 후반으로 갈수록 미국은 안정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특히 주포인 데스티니 후커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후커의 활약에 힘입어 미국은 1세트를 25-20으로 가져갔다.

 한국은 2세트를 줄곧 리드하면서 반전을 만드는 듯했다. 10-9로 앞선 상황에서 김연경의 서브 득점과 한송이의 블로킹이 연달아 나오면서 12-9로 앞서나갔다. 한국은 20-17까지 리드를 잘 지켰다. 그러나 이후 후커의 공격과 블로킹 등에 4점을 내리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22-22 동점에서는 결정적인 서브 범실로 분위기를 내줬다.

 3세트는 한국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한판이었다. 7-13까지 뒤지던 한국은 막판 집중력으로 기어코 20-20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장을 찾은 중립팬(영국팬)들은 “코리아”를 외치며 포기하지 않는 근성에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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