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해커들 '사이버 전쟁' 선포

중앙일보

입력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의 공중충돌로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양국 해커들도 잇따라 상대국 웹사이트에 대한공격을 시작했거나 준비중이어서 `공중충돌''이 `사이버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중국 해커들은 미국 해커들에 맞서 5월1일 노동절을 기해 미국의 웹사이트들에 대한 공격을 준비중이며 양국 당국자들은 각 웹사이트 운영자들에게 해커들의 공격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사이버범죄 관할 조직인 국가기반시설보호센터는 26일 "중국 해커들이 4월30일에서 5월7일 사이 활동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해왔다"고 지적했다.

이 기간은 중국의 주요 기념일인 노동절과 청년절이 포함돼 있으며 5월7일은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 피폭 2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컴퓨터 보안업체들은 미국 해커들이 중국 웹사이트에 침입해 외설적이거나 인종차별적인 내용의 글을 남겨왔으며 다음주 중국 해커들의 공격은 이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일부 웹사이트는 중국 출신이라고 밝힌 해커들에 의해 이미 공격을 당했다. 해커들은 `미국을 난도질(해킹이라는 뜻도 있음)하라'', `우리의 조종사 왕(공중충돌로 숨진 왕웨이)을 위하여'', `우리의 중국을 위하여'' 등 메시지를 남겼다고 보안업체 비질링크스는 설명했다.

중국의 채팅 사이트에는 이날 "반격을 준비하자. 미국은 우리의 힘을 봐야 한다", "나도 미국 사이트들에 대한 공격에 가담하고 싶다", "숙련된 중국의 해커들은 단결하라" 등 미국의 웹사이트들을 공격할 것을 촉구하는 글이 잇따랐다.

이같은 해커들의 공격이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거나 중국 당국에 의해 조직됐다는 증거는 없다.

웹사이트 해킹을 감시하는 `어트리션.org''에 따르면 공중충돌 사고 이후 약 65개의 중국 웹사이트가 미국 해커들에 의해 공격을 당했다.

중국의 일간지 베이징청년보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공중충돌 사고 이후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해커들의 공격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종전까지 하루 한두건에 불과했던 해커들의 공격이 이 사고 이후에는 하루 40-50건으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중국과학아카데미의 전문가들이웹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사이트의 보안을 점검하고 미비점을 보완함으로써 노동절의해커 공격에 대비할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워싱턴 AFP.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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