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골랐어요] '순이의 어린 동생' 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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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거, 동화로 한 번 써봐?'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그 느낌에 이끌려 마구 써내려 가지만 결과는 별 볼일 없는, 그저 그런 이야기로 끝나기 일쑤예요.

주변에서 흔히 겪는 일을 동화로 써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사실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 밥에 그 나물' 이 되지 않으려면 등장인물이 생생하게 살든지, 사건이 실감나게 묘사되든지, 하여간 남다른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그런 면에서 〈순이와 어린 동생〉과 〈이슬이의 첫 심부름〉(한림) 은 흔한 재료를 가지고 '남다른 맛' 을 내고 있습니다.

이 두 작품은 쓰쓰이 요리코(글) 와 하야시 아키코(그림) 가 호흡을 맞춘 작품들로, 〈순이와 어린 동생〉은 엄마가 은행에 간 사이 동생을 돌보는 순이의 이야기입니다. 글은 불필요한 문장 없이 담백하며, 그림은 담백한 문장 속에 숨겨진 순이의 심리 상태를 살아 있는 몸 동작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아이들의 감정을 표현할 때, 대개는 표정 묘사에 초점을 두는데 여기서는 순이의 얼굴을 감추는 대신 정교한 몸 동작에 역점을 둡니다.

동생이 없어진 것을 알고 너무 놀란 나머지 분필을 떨어뜨리는 모습, 멈칫거리는 뒷모습, 치마를 펄럭이며 뛰어가는 모습이 이렇게 생생할 수 있는 것은 그림 작가가 이 또래 아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원하는 동작을 잡아내기 위해 여러번 드로잉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됩니다.

〈이슬이의 첫 심부름〉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심부름하는 이슬이의 떨리면서 자랑스럽기도 한 마음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어요. 그러기에 아이들은 마치 자신이 이슬이가 된 것처럼 마음을 졸이게 되지요.

이런 평범한 이야기가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은 어려서 겪음직한 일들을 과장없이 그려내어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가는 데 성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뿐인가요. 맞춘 듯이 딱 맞는 글과 그림이면서 그림만 봐도 이야기가 연결되게 하는 것이나 제목화면과 뒷표지까지 알뜰하게 이용해 이야기를 이어가는 솜씨는 그림책 보는 즐거움을 더해 줍니다.

즐거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이슬이의 첫 심부름〉에 나오는 이슬이, 검은 안경 아저씨, 뚱보 아줌마가 〈순이와 어린 동생〉과 두 작가의 또다른 작품 〈병원에 간 내 동생〉에 카메오로 우정출연(?) 하거든요. 아직 이걸 몰랐다면, 책을 펼쳐 놓고 아이들과 함께 누가, 어디에, 어떻게 살짝 나오는지 찾아보세요. 숨은 그림 찾기 못지 않게 재미있답니다.

허은순 '애기똥풀의 집' (http://pbooks.zzagn.net)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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