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팔기 어려운 시대…매도 비법 대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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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분양받은 아파트 이달 말 입주예정인데요. 서울 독산동 현재 살고 있는 집을 팔아야 하는데 작년 9월부터 중개업소에 내놨는데 안나갑니다. 시세보다 조금 낮게 내놓았는데 더 낮춰야 할까요? 집 파는 노하우 있으면 알려주세요.”(인터넷 포털 부동산카페 게시판)

요즘 내놓은 집이 팔리지 않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새 아파트 입주를 위해 기존 집을 팔아야 한다거나 대출이자 부담 등을 해결하기 위해 집을 내놓았지만 수요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연들이 많이 들리네요.

집을 내놓은 지 수개월이 지나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집팔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고 심지어 집팔기 자체가 ‘로또’라고 할 정도입니다. 집값 하락시기엔 어떻게든 집을 빨리 파는 게 돈을 버는 것이란 의미에서입니다.

집을 잘 파는 노하우는 과연 있을까요? 부동산 관련 서적이나 인터넷 정보를 검색해 보면 보통 ‘집값을 시세보다 낮춰 내놔라’, ‘중개업자에게 수수료를 높여줘라’, ‘인터넷•생활정보지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라’, ‘청소와 수리를 해 집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어라’ 등이 팁으로 언급됩니다.

과연 이대로 하면 집이 잘 팔릴까요?

중개업자들과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과연 집을 잘 팔 수 있는지 방법을 물어봤습니다.

“급매물보다 싸게 내놓아야”

일단 팔 집의 가격을 시세보다 싸게 내놓으라는 말은 누구나 공감하더군요. 그런데 어떤 기준으로 싸게 내놓아야 할까요? 한 독자는 이런 메일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국민은행 시세의 하한가 수준에서 집을 내놓았지만 문의가 전혀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답을 하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국민은행 시세보다는 해당 지역 급매물 시세를 참고해야 한다는 겁니다.

개포동 우정부동산 김상열 사장은 이렇게 이야기 해 주더군요.

“KB국민은행 시세나 부동산 정보업체 시세로 내놓는다고 팔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현장을 직접 둘러보세요. 지역 중개업소 몇군데만 돌아보면 급매물 시세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재건축 아파트라면 현재 나온 가장 싼 급매물 보다 2000만~3000만원 싸게, 일반 아파트라면 가장 싼 급매물 대비 5000만원 정도 싸게 내놓으면 경험상 100% 팔립니다. 지금 같은 때 가격을 과감히 낮추지 않고 팔릴 것으로 기대해선 안됩니다.”

너무 많이 깎은 것 같다고요?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은 시세 자체가 의미가 없고, 팔리는 게 시세”라고요.

그렇지 않고 집을 내놓고 1년씩 기다려도 팔리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는 겁니다.

물론 급매물보다 얼마나 더 싸게 내놓아야 할지는 중개업자마다 해당지역 상황에 따라 의견이 다를 겁니다. 어쨌든 급매물보다는 싸게 내놔야 팔린다는 게 핵심입니다.

구로구 구로동에 있는 한 중개업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한 집주인이 한 달 내 입주를 해야 한다고 급하다며 빨리 팔아달라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빨리 팔려면 집값을 내려야 한다니까 일단 거부하더군요. 그래서 급하다면 이런 조건을 따르라고 제안했습니다.

일단 원하는 시세로 내놓고 문의가 없으면 그 시세에서 2주 간격으로 1000만원씩 내리는 걸로요. KB국민은행 시세로 그 아파트의 하한가는 3억원이었습니다. 처음엔 그 가격으로 내놨습니다. 문의가 전혀 없었죠. 약속대로 2주후 2억9000만원에 내놨습니다. 역시 문의가 전혀 없더군요.

그렇게 내리고 내려 결국 두달 정도가 지난 즈음 2억7000만원까지 빠지니 문의가 오기 시작하더군요. 그 아파트는 결국 2억6500만원에 팔렸습니다.”

좀 극단적인 사례 같지만 이게 집을 판 대부분 집주인의 현실이라는 게 많은 중개업자들의 경험담이더군요.

"수수료 더 줄테니 팔아달라"는 별 효과 없어

중개업자에게 수수료를 더 많이 주는 방법은 효과가 있을까요? 대부분 중개업자는 결정적인 효과는 별로 없다고 하더군요.

요즘은 집을 팔려는 사람이나 사려는 사람 모두 지역의 여러 중개업소에 의뢰하기 때문에 급매물이나 매수 희망가 동향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포털에는 경쟁적으로 급매물을 올려놓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중개업자가 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집을 팔려면 시세보다 집값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물론 해당 지역에 고만고만한 매물이 넘친다면 중개업자가 우선 순위로 먼저 보여주는 등의 방법으로 매수에 도움을 줄 수 있겠죠.


하지만 요즘처럼 하락기엔 중개업자의 역할은 부차적인 수단일 뿐 핵심은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 진주공인 류지형 사장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100만원인 복비를 300만원 준다고 시세보다 싸지 않은 매물을 팔 수 있게 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정보가 공개돼 있어서 다 아는데요.”

인터넷 포털이나 생활정보지 등을 통해 홍보에 적극 나서는 방법도 보조적인 수단은 될지언정 주요한 방법은 아니라고 합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도움은 되겠지만 큰 의미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어차피 특정지역에 집을 알아보는 매수자는 해당지역 중개업소를 가장 먼저 접촉하고 부동산 포털이나 다른 정보는 보조 자료로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런 곳에 잘못 올리면 ‘오죽했으면 이런 곳에까지 올렸을까!’하는 생각에 신뢰성을 의심받는 수도 있다네요.

세입자 이주시키고, 집 정돈을 깔끔하게

집을 팔 때 전세입자가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세입자를 이사시키는 게 집을 팔기 훨씬 유리하다고 하네요. 왜냐하면 요즘은 거의 100% 실수요 목적으로 집을 구하기 때문에 세입자가 있으면 매매에 지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투자자가 많았을 때는 전세를 끼고 전세보증금을 제외한 작은 금액에 집을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전세를 낀 집 매매가 유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겁니다.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금 매수희망자는 대부분 집을 사서 바로 입주를 원하기 때문에 전세입자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내놓은 집을 매수 희망자가 보러 올 때를 대비한 팁은 간단합니다. 잘 알려졌듯 집이 깨끗하고 좋아 보여야죠. 집을 사러 갔을 때 우중충하고 어두운 집은 누구나 싫어합니다.

따라서 고장 난 등은 반드시 교체하고, 집을 깨끗이 정리정돈하고 청소하는 게 좋을 겁니다. 어지러운 짐이나 가구가 널려 있으면 집은 작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정리하는 것도 ‘강추’ 목록이구요.

어떤 분은 방향제를 뿌려 상큼하고 기분 좋은 집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좋다고 합니다. 

내부 수리를 해서 집안을 새집처럼 꾸미는 것도 매도에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비용대비 효과를 따졌을 때는 쉽게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분은 발코니 확장을 해주면 집이 잘 팔릴 것으로 생각하는데 발코니 확장 주택은 겨울엔 더 춥고, 여름엔 더 덥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꽤 된다고 하니 꼭 그렇지만도 않다네요.

들어간 비용과 시간대비 효과를 따져야 할 텐데 무엇이든 과한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주택 경기 침체로 집 팔기가 어려워졌다. 매물은 쌓이는데 사려는 사람은 없어 '집 파는게 로또'라는 우스갯말까지 나왔다. 서울 강남의 한 중개업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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