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대책발표…물가 · MMF환매 등이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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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채권시장 대책 발표 뒤 금리가 소폭 하락했다. 27일 채권시장에선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전날보다 0.08%포인트 내린 6.85%, AA- 등급 회사채는 0.06%포인트 내린 8.11%로 마감됐다.

하지만 발표 직후 보합세였던 금리가 한때 오름세로 돌아서는 등 시장의 불안심리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은행권에 채권매수 자금을 공급하는 것만으론 꼬여 있는 시장 상황을 풀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투신사의 한 채권팀장은 "대책 발표 이후 매수세와 매도세가 눈치를 보며 거래가 크게 위축됐다" 며 "채권 매수세가 줄어든 것은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물가 등 거시지표에 대한 우려 때문" 이라고 주장했다.

◇ 금리 상승 요인〓금리가 꾸준히 오르는 것은 경기와 물가 등 주요 변수의 추세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선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0~5.2%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1천3백원 안팎에서 약세를 이어가고 있어 수입물가를 밀어올리는 데다 공공요금 인상 압박도 크다. 오름세인 국제 유가도 부담스럽다.

국내 채권시장의 딜러들은 정부 전망과는 달리 국내 경기가 하반기에도 쉽사리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최근 기업경기실사지수와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지수가 조금씩 높아지고 미국 경기도 경착륙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국내 경기가 하반기에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여 장기 채권을 중심으로 팔자에 나서고 있다.

◇ MMF 환매로 수급도 악화〓이달 들어 투신사의 머니마켓펀드(MMF)잔고가 급속히 줄어드는 것도 금리 상승의 큰 이유다. 투신사가 환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급히 내다팔면 금리 상승으로 수익률이 떨어져 환매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MMF는 보유채권을 장부가로 평가하지만 시가와의 차이가 1% 이상으로 벌어지면 시가평가를 적용하도록 돼 있어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하다.

특히 국고채 금리가 연 5.0%까지 내려갔던 지난 2월 중순 전후 설정된 단독펀드형 MMF가 문제다. 5.5~6%선의 금리를 약속받고 가입한 기관들이 금리 상승세로 원금마저 불안해지자 앞다퉈 돈을 빼고 있다.

이에 따라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만기가 긴 채권을 무리하게 편입했던 일부 신설사와 중.소형 투신사가 집중적인 환매 압력을 받고 있다. D투신운용의 경우 올 초 1천억원대였던 MMF잔고가 2월 중순 1조원까지 급증했다가 최근 1천3백억원대로 급감했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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