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선축구] 파울로 끊을 줄 아는 지혜

중앙일보

입력

세계 랭킹 2위인 프랑스와 5위의 포르투갈.

랭킹 면으로만 봐선 두 팀의 전력은 백중세다. 실력 또한 지난 유럽선수권(유로2000) 준결승에서 만나 연장 혈투를 벌일 만큼 호각세다.

모든 걸 놓고 봐선 프랑스의 약간 우세 정도였지만 결과는 4-0이라는 큰 스코어차가 나왔다.

물론 포르투갈 선수들이 피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신예인데다 주전 3인 방 루이 코스타, 사 핀투, 누노 고메즈가 결장했다 하더라도 자존심을 컨 승부에서 너무 큰 점수차가 나왔다.(고메즈는 후반 종료 5분을 남기로 출전함)

종이 한 장 정도 차이 나는 팀들의 대결에서 왜 이런 큰 점수차가 나왔을까. 결과는 간단했다.

축구는 흐름의 경기다.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대결은 한 순간의 흐름이 축구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 한 판 이었다.

윌토르의 슛이 수비수 발에 맞고 굴절, 행운의 골로 되면서 프랑스 선수들은 마치 자기가 넣은 것처럼 마냥 기뻐했다. 반면 골을 허용한 포르투갈 선수들은 당황하고 상대 기세에 눌린 표정이 역력했다. 전반 초반에 보여주던 파이팅이 첫 골을 허용한 이후 사라졌고 선수들이 쉽게 흥분한 점이 이를 입증한다.

프랑스는 수비에선 상대 공격을 2중 3중으로 차단하는 플레이를 보였고 상대 공격의 핵인 피구가 공을 잡을 땐 교묘하게 경고가 나지 않을 정도의 파울로 끊었다.

상승세를 탈 수 있던 상황에서 파울을 당한 포르투갈 선수들은 경기의 흐름을 놓칠 수 밖에 없었다.

전반전이 끝날 당시 3골을 앞서고 있는 프랑스가 포르투갈보다 2배에 가까운 파울을 범한 것을 보면 흐름을 읽고 끊을 줄 아는 파울의 힘이었다.

위험지역이 아닌 곳에선 적극적인 노련한(?) 파울로 상대의 공격을 차단했고 위험지역에선 2중 3중으로 상대 선수를 집중 마크, 위기를 넘겼다.

또한 수비에선 전 선수들의 호흡을 중요시 여겼고 공의 길목을 차단하는 기본에 충실했다.

포르투갈 선수들이 패스미스가 많았던 이유를 사실 돌이켜 보면 길목을 지킨 수비수에 가로채기 당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흐름을 탄 프랑스는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조직력이 톱니 바퀴처럼 맞아 들어갔고 반면 흐름 세를 잃은 포르투갈은 단조로운 공격패턴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흐름을 끊을 줄 아는 지혜로운 파울 하나.

포르투갈 선수들도 모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월드컵과 유럽 선수권을 연속 재패 하면서 프랑스 선수들의 노련한 파울 경험(?)을 무시 할 수 없다는 걸 배운 대결로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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