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불신임 압박 … 일본 정국 고이즈미의 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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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일본 정국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70) 전 총리의 이름이 다시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제1야당인 자민당은 7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에게 “조기 총선거 실시를 확약하라”며 내각불신임안(중의원)과 문책결의안(참의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상황에 따라선 노다 총리가 정치생명을 걸고 있는 소비세 인상법안이 막판 무산될 공산마저 거론된다. 노다 총리는 법안 통과를 약속했던 자민당이 갑작스레 강경입장으로 선회한 배경에 고이즈미 전 총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고이즈미는 5년5개월간의 총리 재임 후 2009년 9월 정계 은퇴했다. 이후 단 한 차례의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은 것은 물론 공식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헨진(變人·기인이란 뜻)’이란 별명답게 “이탈리아에 오페라를 보러 갔다” “마음껏 ‘밤 문화’를 즐기고 있다”는 등의 소문만이 나돌 뿐이었다.

 은인자중하던 고이즈미가 물밑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건 지난달 말. 그는 자민당 간사장인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를 만나 “야당이 해산권을 쥐고 있는 절호의 기회에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고 10분에 걸쳐 질책했다고 한다. 소비세 인상법안과 국회 해산(총선거 실시)을 맞바꿀 수 있는 카드를 갖고 있음에도 여당에 질질 끌려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어 고이즈미는 차남인 신지로(進次郞·31)를 움직였다. 지역구를 물려받은 신지로는 현재 자민당의 청년국장. 아버지를 빼닮은 말투에다 잘생긴 외모로 대중적 인기가 높다. 신지로는 지난 1일 소장파 의원들을 규합해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楨一) 자민당 총재를 만나 “당 지도부는 소비세 증세 법안을 통과시켜 주기로 한 합의를 빨리 파기하고 8월이라도 총선을 치르도록 분발하라”고 몰아세웠다. 이때부터 자민당 내부의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일 정치권에선 “정치적 후각이 뛰어난 고이즈미가 ‘얌전한’ 자민당 지도부에 불만을 품고 ‘고이즈미의 난’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각종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총선을 실시할 경우 자민당이 총 의석 480석 중 200석가량을 차지하는 반면 민주당은 100~120석가량의 참패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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