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기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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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문제를 놓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친전교조 교육감들이 또다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교과부는 “학교폭력 방지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이들 교육감은 “가해학생의 사회적 낙인효과 등을 고려할 때 너무 가혹한 처사”라며 맞서고 있다.

 배동인 교과부 학교선진화과장은 7일 “각 시·도 교육청에 내려보낸 교과부 훈령에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토록 명시돼 있다”며 “이를 시·도 교육감이 반대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훈령을 거부하는 교원과 교육청 관계자들은 징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과부는 앞서 지난 2월 학교폭력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교과부 훈령을 개정해 가해학생의 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록하도록 규정했다. 초·중학교는 졸업 후 5년, 고교는 10년간 기록을 보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친전교조 교육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시작은 김승환 전북교육감이었다. 그는 “형사범죄 수준의 학교폭력만 기재하겠다”며 사실상 교과부 방침을 거부했다. 이어 지난 6일 민병희 강원교육감이 “학생부에 학교폭력을 기록하는 걸 잠정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민 교육감은 지난달 말 나온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근거로 내세웠다. 인권위는 “한두 번의 문제행동으로 사회적 낙인이 찍힐 수 있으므로 졸업 전 삭제심의제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7일엔 곽노현 서울교육감과 장휘국 광주교육감이 가세했다. 장 교육감은 “인권위 권고를 존중해 연말까지 학생부 기재를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도 교과부에 지침보완을 요청키로 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교과부는 최근 교육청을 거치지 않고 전북지역 학교들에 교과부 지침을 직접 전달했다. 지침을 어길 경우 감사를 벌일 수도 있다는 방침이다. 교과부는 강원도 등 다른 친전교조 교육감 지역에도 일선 학교에 지침을 곧바로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고교 학교폭력 기록을 10년간 보존하는 게 지나치다는 지적에 따라 6월에 5년으로 줄이는 등 보완작업을 하고 있다”며 “해당 교육감들이 무조건 반대하는 건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교과부와 교육청이 학교폭력을 두고서도 이렇게 딴소리를 해대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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