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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컨슈머리포트’, 이름을 바꾼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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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애란
경제부문 기자

넉 달 전 시작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야심작 ‘K-컨슈머리포트’가 최근 개명했다. 새 이름은 ‘비교공감’. K-컨슈머리포트는 공정위 지원 아래 소비자단체가 상품 비교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공정위는 새 이름이 “상품비교 정보 잡지로서의 의미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보란 의미를 잘 조합한 명칭”이라고 설명했다. 이름 짓느라 300만원의 상금을 걸고 대국민 공모도 했다. 공정위는 왜 넉 달 만에 컨슈머리포트라는 이름을 바꿨을까.

 공정위 쪽에 묻자 돌아온 답은 이랬다.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아류(亞流)’라는 비판이 많았다. 국제회의에서 사례 발표를 할 때도 (K-컨슈머리포트란 명칭이) 좀 그렇다.” 요지는 결국 ‘미국 컨슈머리포트를 흉내 냈다’는 말을 듣기 싫었다는 얘기다.

 800만 유료 독자를 가진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소비자·기업 모두에 신뢰받는 매체다. 그동안 누구도 K-컨슈머리포트를 두고 “왜 미국 컨슈머리포트를 따라 하느냐”고 비판한 적이 없다. 오히려 “왜 미국 컨슈머리포트처럼 못 하느냐”는 질책이 많았다. 흉내 낸 것 자체가 아니라 수준에 못 미친 흉내가 비판받은 셈이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공정위로선 그런 비판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K-컨슈머리포트는 출발과 함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지만 그만큼 말도 많았다. 1호 등산화 땐 평가 대상 선정이 문제됐다. 무슨 근거로 5개 브랜드만 골랐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2호 변액연금보험은 기준의 공정성을 놓고 생명보험업계가 공식 반발했다. 5호 젖병은 평가의 독립성에 대한 잡음이 일었다. 공정위가 평가를 대행한 녹색소비자연대 측에 2만원 넘는 제품은 빼도록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평가 결과가 상업적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한 등산화 업체는 대놓고 ‘K-컨슈머리포트 추천제품’이라고 광고해 판매량이 급증했다. 이런 광고는 자기들에게 유리한 정보만 전달해 자칫 소비자를 현혹할 수 있다.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평가 결과를 기업이 광고에 이용하는 걸 일절 금지한다.

 비교공감으로 이름을 바꾼 뒤 K-컨슈머리포트 시절과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5일 발표된 커피전문점 비교는 ‘역시나’다. 500여 종의 시험장비를 갖췄다는 소비자원이 내놓은 평과 결과가 ‘커피 용량이 매장마다 다르다’는 정도였다. 가격·품질·맛이 더 궁금했던 소비자의 가려운 부분은 전혀 긁어주지 못한 반 쪽짜리에 그쳤다.

 미국 컨슈머리포트, 영국 휘치, 호주 초이스. 공정위가 비교공감이란 브랜드를 키우겠다며 예로 든 해외 비교정보 매체들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각국 비교정보 매체들을 비교 평가한다면 공정위의 비교공감은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