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선축구] '꾀돌이' 윤정환, 히딩크호에 새로운 활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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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돌이' 윤정환(28.세레소 오사카)이 `히딩크호'에서 재도약의 나래를 활짝 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자신을 `처진(섀도우) 스트라이커'로 기용한 25일 LG컵 4개국축구대회 이란전에서 번뜩이는 재치와 발재간으로 한국의 승리를 뒷받침해 제2의축구인생을 꽃피울 계기를 잡았다.

전반 5분 김도훈의 패스를 받아 적진을 파고들면서 페널티킥을 유도한 윤정환은 36분엔 하프라인에서 이동국에게 올린 긴 패스로 결정적 득점 찬스를 만들어내는 등국내 최고의 테크니션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단(프랑스)같은 선수가 없다"며 플레이메이커 없는 4-4-2 시스템을 고집해온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윤정환이란 `지휘관'을 확보함에 따라 3-4-3 또는 3-5-2로의공격루트 다변화 전략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고종수(수원)의 금호고 선배인 윤정환은 타고난 경기감각과 날카로운 패싱력을 지닌 한국최고의 플레이메이커. '96애틀랜타올림픽 때 비쇼베츠 전 감독의 총애를 받아 주장까지 맡는 등 한국축구의 미래를 밝힐 `구세주'로 기대를 모았으나 이후 `계륵' 신세로 전락해 5년 가까운 긴 세월을 음지에서 보내야 했다.

차범근, 허정무 감독이 `꾀돌이'를 그라운드에서 내몬 이유는 체력 부족이었지만 윤정환의 `생각하는 유기적인 축구'가 공격수들의 적극적인 수비가담을 요구하는한국식 축구와 맞지 않았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히딩크호가 닻을 올리면서 윤정환은 다시 한국축구 공격의 시발점으로서 화려한 복귀에 성공했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전 윤정환의 기용에 대해 "기동력, 즉 체력보다 기술적인 패스 능력을 집중적으로 시험하겠다"는 복안을 밝혔고, 윤정환은 개인기를 뽐내는 동시에 공격 투톱 김도훈, 이동국과 멋지게 호흡을 맞춰 감독 기대에 부응했다.

4-4-2를 기본꼴로 하되 상대의 강약에 따라 포맷 변화를 꾀하는 히딩크호의 전술체제는 미드필드에서 `냉철한 두뇌'를 갖춘 윤정환의 등장과 함께 유기적 대응성을 확보, 월드컵 16강 고지를 향한 순항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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