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런던] 버핏 삼촌 탁구는 수비적, 게이츠 삼촌은 공격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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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얼 싱이 지난달 30일 빌 게이츠가 응원하러 온 경기에서 서브를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빌 삼촌(Uncle Bill), 워런 삼촌(Uncle Warren)’. 미국 탁구 국가대표 애리얼 싱(17)에겐 두 명의 삼촌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57)와 버크셔해서웨이의 회장 워런 버핏(82)이다. 싱은 6일(한국시간) 본지와 인터뷰에서 두 사람을 ‘회장’이 아닌 ‘삼촌’이라고 불렀다. 물론 그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친조카는 아니다. 탁구가 맺어준 인연이다.

 싱이 이들을 만난 건 열 살 때인 2005년 워런 버핏의 생일 파티에서였다. 10세 이하 주니어 탁구 챔피언이었던 싱은 지인의 소개로 파티에 참석한 뒤 탁구광 버핏과 연습 경기를 했다. 그는 “처음 탁구를 쳤을 땐 워런 삼촌을 몰랐다. 부모님께 ‘나랑 같이 탁구 친 아저씨는 어디 갔느냐’고 물으니 ‘회사 일 때문에 바빠서 먼저 갔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버핏은 2년 뒤 집에 서브 기계까지 갖춰놓고 탁구를 연마하는 빌 게이츠에게 싱을 소개했다. 이후 싱은 이들의 ‘탁구 선생님’이 됐다. 싱은 “삼촌들이 정말 바쁜 분이라 자주 만나진 못한다. 하지만 큰 대회 경기 결과나 일상 소식을 정기적으로 주고받는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이들의 특별한 인연은 빌 게이츠의 런던 방문으로 이어졌다. “싱이 올림픽에 출전하면 반드시 응원 갈 것”이라고 약속했던 게이츠는 지난달 30일 세계랭킹 3위 리샤오샤(중국)와의 여자 단식 32강에 나선 싱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싱은 두 사람의 경기 스타일을 묻는 질문에 “정반대다. 빌 삼촌은 공격적인 반면, 워런 삼촌은 수비적이다. 내가 조금씩 봐주긴 하지만 두 삼촌 모두 실력이 수준급이다. 삼촌들과의 탁구는 정말 재미있다”고 했다. 그는 “삼촌들로부터 가장 크게 배운 점은 겸손함이다. 그들은 항상 자신을 낮추고 상대에게 맞춰 주려고 노력한다”며 “내가 그들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런던=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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