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람 "투구 벗고 보니, 6년전 오심 그 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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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5일(한국시간)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개인전에서 판정 논란의 아픔을 겪었던 신아람이 경기를 마친 후 태극기를 들고 밝게 웃으며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개인전 오심 판정을 딛고 지난 5일(한국시간) 여자 펜싱 에페 단체전 은메달을 딴 신아람(26·계룡시청). 그는 “지난 5일간의 모든 일이 실감이 안 난다. 어쩌다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여전히 힘들어했다. 하지만 개인전 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신아람은 없었다. ‘분노의 찌르기’는 금메달로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때론 웃음도 지으며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신아람은 이날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악몽 같은 5일’의 심경을 밝혔다. 신아람은 지난달 31일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의 개인 에페 준결승 연장에서 ‘멈춰버린 1초’ 탓에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국제펜싱연맹(FIE) 기술위원들은 “미안하다”며 오심을 인정했지만 “주심의 판정은 번복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신아람은 경기 뒤 “남들이 뭐라 하든 금메달을 목표로 왔는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숙소로 돌아가니 또 눈물이 나더라. ‘대화를 하면 좀 괜찮아질까’ 싶어 후배 최인정(22·계룡시청)을 불러 ‘같이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새벽 두 시가 돼 조용해져 인정이를 보니 자고 있더라. 결국 새벽에 겨우 잠들었다”며 아픔의 시간을 꺼냈다.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한 악몽은 쉽사리 신아람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평소 8시간씩 자는 신아람은 오심 이후 4시간 정도밖에 못 잤다. 오전 2시 전에는 잠이 들지 않았고, 6시30분이면 눈이 떠졌다. 배는 고픈데 음식은 넘어가지 않았다.

 내심 힘든 시간이었지만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다. 신아람은 오심 판정 다음 날인 1일 남자 개인 플뢰레에서 동메달을 딴 최병철이 “‘아람이 네가 이겼어’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는 인터뷰를 듣고 “오빠 나한테 할 말 있다면서요? 해주세요”라고 할 만큼 밝은 모습을 보였다. 최병철은 아무 말 없이 안아 줬다고 한다.

 동료의 관심과 국민의 응원은 그가 다시 일어서는 힘이 됐다. 여자 개인 사브르에서 금메달을 딴 김지연(24·익산시청)은 “오심 탓에 더 악착같이 뛰었다. 오심 없애려 악바리로 뛰었다”고 했고, 남자 개인 플뢰레에서 동메달을 딴 최병철은 “(신)아람이 경기를 본 뒤 억울해서 새벽 3시까지 잠을 못 잤다”며 신아람을 응원했다. 그는 “10년간 해온 개인 미니홈피 방문록이 하루 만에 세 배까지 늘어났더라. 국민의 응원에 힘이 났다”고 감사했다.

 신아람은 “준결승전의 주심을 맡은 오스트리아의 바바라 차르는 2006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 국제대회에서도 억울한 판정을 한 심판인데 오심이 난 후 투구를 벗고서야 알아챘다”며 “그만큼 경기에만 집중했는데 아쉽다”고 밝혔다.

런던=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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