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8시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APO)와 유니세프가 함께하는 북한 어린이를 위한 자선음악회’가 열린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 속속 밀려드는 관객에 5000여 좌석이 가득 찼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폭염 속에 마에스트로 정명훈(59·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등장했다. 그는 “연주하기 전에는 말을 잘 하지 않지만 오늘은 좀 특별하다. 50년 동안 연주해왔지만 오늘이 제일 뜻있다. 통일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북한과) 어떻게든 가까워지려면 음악이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말한 후 곧바로 지휘봉을 잡았다.
정 감독은 이날 베토벤 교항곡 9번 ‘합창’을 들려주었다. 유려한 1악장에 이어 2·3악장이 연주된 후 4악장의 막이 올랐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선율이 첼로와 더블베이스의 저음에서 시작돼 비올라·바이올린의 고음으로 올라서는 순간 김영미 소프라노 등 4명의 성악가가 등장했다. 이들과 연합합창단 800여 명이 함께 일어서 노래하자 공연은 절정에 달했다.
연주를 마친 후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길게 이어지자 정명훈 감독이 다시 등장했다. 그리고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합창단은 물론, 관객들도 함께 노래했다.
이번 연주회는 정명훈 감독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미라클오브뮤직’이 주최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