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베끼기' 로 골리앗에 맞서

중앙일보

입력

"어,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와 똑같네!"

씽크프리(http://www.ThinkFree.co.kr)의 사무용 소프트웨어(SW) 인 씽크프리 오피스를 처음 쓰는 이들이 흔히 보이는 반응이다.

화면에 뜨는 프로그램의 모습부터 메뉴.명령어까지 비슷한 데다 MS오피스의 파일까지 거의 완벽하게 지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복제(Copy) '' 가 아니고 ''모방'' 기법을 이용한 신제품 개발 방식의 산물이다. 사실상 전세계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다국적 기업의 SW를 따라잡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플러스 알파'' 를 위한 첫 걸음이기도 하다.

남희섭 변리사는 "SW의 내부 코드를 복제한 것이 아니라 독창성이 적은 사용자 환경(인터페이스) 만 모방한 것이라면 지적재산권 침해로 보지 않는다" 고 설명했다.

씽크프리 오피스의 경우 프로그램 외관과 메뉴 이름 등을 MS오피스와 비슷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C++ 언어로 만들어진 MS오피스와 달리 자바(Java) 로 만들어져 프로그램의 내부 설계는 완전히 다르다. 덕분에 윈도뿐만 아니라 리눅스.매킨토시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미리 설치하지 않아도 인터넷에서 바로 실행 가능하다. 겉만 같을 뿐 속은 딴 판인 셈이다.

씽크프리 이동철 마케팅부장은 "직원이 1백20명에 불과한 벤처기업이지만 단순히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이제는 4만명의 직원을 가진 거대기업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고 말했다.

새로운 동영상 국제표준인 ''엠펙4(MPEG-4) '' 업체인 엠펙솔루션(http://www.mpegsolution.com)이 최근 선보인 ''MP포미(MP4me) '' 도 MS의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WMP) '' 를 겨냥했다.

MP포미는 PC가 아닌 PDA나 휴대폰 등에서 동영상을 재생하는 SW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영상을 볼 때 쓰는 WMP의 겉모습을 ''베낀'' 것이다. 그러나 엠펙4를 부분적으로만 지원하는 WMP와는 달리 엠펙4를 완벽하게 지원하는 전용 플레이어다.

엠펙솔루션 기술담당최고책임자(CTO) 김연배 상무는 "차별화된 새로운 기술의 ''알맹이'' 에다 세계시장에서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껍데기'' 를 씌우는 전략" 이라고 설명했다.

이 베끼기 전략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업체가 알zip.알see.알ftp.알gif 등 ''알'' 시리즈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http://www.estsoft.com)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압축프로그램인 ''윈집(Winzip) '' 과 그래픽 보기 프로그램인 ''에이시디시(ACDsee) '' 등 유명 셰어웨어SW를 꼭 빼닮았다. 기능은 뒤지지 않고 메뉴 이름과 명령어 등이 한글이라 국내 이용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게다가 날짜 제한없이 개인이나 기업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공개SW여서 올 최고의 히트 SW로 꼽힐 정도다.

베끼기 전략은 SW뿐만 아니라 하드웨어(HW) 분야에서도 즐겨 사용된다.

지난 98년 LGIBM(http://www.lgibm.co.kr)은 ''씽크패드-i'' 라는 노트북을 선보이면서 PC를 켜지 않고도 음악CD를 들을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이 노트북은 PC로 음악CD를 즐겨 듣는 젊은 층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지난해 가을 단종됐다. 그러자 삼보컴퓨터(http://www.trigem.com)가 노트북 신제품에 이 기능을 넣어 ''신개념 오디오 노트북'' 이라며 대대적인 광고전을 펼치고 있다.

원낙연 기자(yan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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