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 하이닉스반도체 주가강세 이어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전자는 실적 호전,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는 외자 유치를 재료로 주가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주식은 시가총액 비중이 높아 앞으로의 움직임에 따라 국내 증시의 방향도 결정될 전망이다.

23일 삼성전자는 지난 주말보다 2천5백원(1.11%) 오른 22만7천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단기 바닥이었던 지난 10일(18만2천원)보다 25% 상승한 것이다. 하이닉스반도체도 이날 1백20원(3.65%) 상승한 3천4백5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8일 이후 급등해 나흘 만에 40% 상승했다.

◇ 실적 호전에도 수급 부담이 있는 삼성전자〓삼성전자는 이날 경영설명회에서 올 1분기 매출은 지난해 4분기보다 5% 줄어든 8조6천억원, 순이익은 7% 증가한 1조2천4백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증권사들의 순이익 전망치(1조~1조1천억원)를 웃돈 것이다.

반도체 가격 약세에도 실적이 양호한 것은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혜와 함께 그간 수익성에 큰 보탬이 되지 않았던 생활가전과 디지털미디어(액정화면 모니터.광디스크 드라이브 등 생산)부문에서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생활가전 부문은 지난해 4분기 이익을 내지 못했으나 올 1분기에는 1천2백억원의 흑자를 냈고, 1천억원 흑자에 그쳤던 디지털미디어 부문에서는 2천1백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도 수익성이 좋은 램버스나 플래시 메모리.S램 등의 비중이 커 싱크로너스 D램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된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이같은 영업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수 강도는 크게 약화됐다. 외국인들은 지난 10일부터 19일까지 하루 평균 45만주 가량 순매수하며 외국인 지분율을 58.51%까지 높였으나 20일 5만주 가량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7월과 올 1, 3월 외국인 지분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 외국인들이 매도로 돌아서 약세로 전환됐었다.

◇ 유동성 호전 기대에도 불안한 하이닉스반도체〓하이닉스반도체는 10억달러 규모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발행 등 1조8천억원 규모의 외자 유치 추진이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 외자 유치가 성공할 경우 유동성 위험이 감소하며 주가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외자 유치가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올 1분기 부채 규모가 7조3천억원이라고 발표했으나 해외 법인 차입금이나 수출환어음(DA)할인, 미지급금 등을 포함하면 11조~12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우증권 전병서 수석연구위원은 "부채 규모가 워낙 커 1조8천억원 정도의 외자 유치로는 정상화가 불가능하다" 면서 "외국인들은 투자 조건으로 채무의 만기 연장이나 출자 전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데 채권단이 동의해줄지 미지수" 라고 말했다.

SK증권 전우종 기업분석팀장은 "외자 유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주가 강세는 오히려 팔 기회가 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