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올해 계열분리 성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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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09540]은 올해 계열분리에 성공할 수 있을까.

고려산업개발[11160] 부도, 현대아산 경영난, 하이닉스반도체(구 현대전자[00660]) 구매이행보증 등 계열사 부실 관련문제가 속속 드러나자 현대중공업이 올해말로 예정된 계열분리에 성공, 그룹 리스크를 완전히 떨쳐버릴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막상 계열분리를 실행에 옮기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어 '계열분리 문제'는 올해 현대중공업 경영의 핵심 화두가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이 올해 그룹에서 떨어져 나오기 위해서는 계열사 지급보증을 완전히 해소하는 한편 현대미포조선[10620]과 합쳐 계열사 보유지분이 상장사는 3%, 비상장사는 15% 이내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현대중공업이 49.87%, 미포조선이 3.04%를 가지고 있는 현대석유화학 지분은 양사 합쳐 15% 이내로 줄여야 한다. 이에 따라 현대미포조선이 보유지분을 모두 처분한다고 가정할 경우 중공업이 정리해야 할 지분은 상장사는 현대종합상사[11760] 2.9%, 현대증권[03450] 0.24%, 고려산업개발 19.88%, 비상장사는 석유화학 34.87%, 정유 17.21%, 아산 4.84% 등이다.

현재 3천여억원의 계열사 지급보증은 해소시키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지만 문제는 위의 6개 계열사 지분을 현대중공업이 어떻게 정리하느냐이다.

우선 현대중공업은 계열사 지분 매각과정에서 생기는 대규모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지난해말 현대중공업 장부가로는 석유화학 지분이 주당 9천619원이지만 대우증권[06800]은 석유화학 주식의 매매가를 3천원대로 추정했다. 현대중공업은 계열분리를 위해 석유화학 지분 34.87%, 3천706만주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장부가와 매매가의 차이를 6천원으로 가정하면 손실액은 2천223억원에 이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고려산업개발 지분 19.88%, 1천662만주도 매각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어 여기서도 300억원대(장부가 주당 2천436원, 17일 종가 225원)의 손실이 생길 전망이며 자본잠식 상태인 현대아산의 경우 정리대상지분 4.84%, 435만주(장부가 217억원)의 가치는 0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의 또하나의 고민은 하이닉스반도체 처리문제.

현대중공업은 하이닉스반도체가 올해 상반기내에 계열분리할 예정이어서 굳이 보유지분(7.01%)를 정리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하이닉스반도체와의 구매이행보증 문제가 터져나오자 현대중공업 주가가 폭락한데서 알수있듯 하이닉스와의 관계를 끊지 않은채 이뤄진 계열분리를 투자자들이 '실질적인 계열분리'로 인정해줄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진정으로 우려하는 것은 현대중공업이 '형제기업의 위험을 내 몰라라'하고 계열분리를 단행할 수 있느냐이다.

공급과잉의 어려움에 더해 환율급등으로 인한 환차손까지 겪고 있는 석유화학, 반도체 가격폭락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가까스로 막고 있는 하이닉스, 대북사업으로 인한 적자가 나날이 늘고 있는 아산. 이 3개 계열사의 보유지분을 중공업이 과감히 정리할 때 이들이 받을 타격은 단순한 위험의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결국 정몽준 고문과 정몽헌 회장의 혈연의 정을 생각할 때 철저한 계열분리는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형제기업과의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고 일부 계열사를 중공업그룹으로 들여오는 '형식적인 계열분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 김학주 연구원은 '중공업이 석유화학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는다는 것은 석유화학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석유화학을 중공업그룹으로 편입시키는 변형된 계열분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보증권[30610]의 임채구 수석연구원은 '전자나 석유화학과의 관계를 끊지 않는 계열분리는 실질적인 계열분리로 보기 힘들다'며 '현대중공업이 자신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형제기업과의 관계를 과감히 끊고 '실질적인 계열분리'를 단행, 그룹 리스크를 완전히 없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8년 8월 공모가 5만2천원으로 출발한 현대중공업 주가는 17일 종가 기준으로 2만2천900원이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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