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환 한국마라톤 차세대 지도자로 우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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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의 보스턴 제패는 한국마라톤에 또 하나의이정표를 세웠다.

오인환(42) 삼성전자 코치가 `한국마라톤의 대부' 정봉수 감독(코오롱)의 뒤를잇는 차세대 지도자로 자리매김한 것. 그동안 정 감독의 후계를 놓고 말들이 많았지만 오 코치는 이번 쾌거를 통해 차기 경쟁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평가된다.

오 코치는 '96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과 3년 연속 2시간7분대 기록 등 30대의 나이에 한국마라톤의 새 장을 열어 `그의 손이 닿으면 기록이 나온다'는 속설을 낳은명조련사. 98년 로테르담에서 이봉주의 한국기록(2시간7분44초)을 이끌어낸 뒤 이듬해 같은 대회에서 김이용을 역시 7분대(2시간7분49초) 선수로 만들었고 지난해 2월 도쿄마라톤에서는 이봉주의 한국기록(2시간7분20초)을 일궈냈다.

지금까지 3번 밖에 나오지 않은 2시간7분대의 한국마라톤 기록이 모두 그의 손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그는 99년 10월 코오롱 둥지를 함께 떠난 이봉주와 함께 지방의 여관을 전전하는 열악한 여건을 딛고 `도쿄의 기적'을 이뤄 내심 반신반의하던 마라톤계에 확신을 심어줬다.

육상명문 배문고와 용인대를 나온 그는 서울지역 순회코치를 하다 정하준 코오롱 부감독의 추천으로 입사한 뒤 93년부터 정봉수사단의 코치로서 본격적으로 정 감독을 보필하며 황영조, 이봉주, 김이용 등 숱한 스타들을 키워냈다.

이번에 보스턴까지 제패해 한국마라톤의 `미다스의 손'임을 다시한번 입증한 오코치의 개인적 영광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그 특유의 끈기와 노력에서 비롯됐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하와이대 심리학 석사 출신인 이정순 대한육상경기연맹 국제담당 대리는 "지겨울 만큼 국제대회 결과와 생리학 자료 등 정보를 달라는 사람은 오 코치 밖에 없는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차분하고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훈련할 때는 정 감독처럼 독기를 내뿜지만평소에는 집안의 맏형처럼 선수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자상함도 지녔다.

오 코치는 "아직 모자라고 할 일도 많은 나에게 과분한 평가"라며 "자만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지도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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