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과도기’ 잘 보내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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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책 읽기를 싫어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도서관을 찾는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내용이다. 대부분 6학년 또는 중등부에 해당된다. 저학년도 있지만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지금부터 독서력을 키울 수 있고 독서습관을 교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학년은 독서력(책을 읽어서 이해하고 즐기는 능력)을 잡아가기가 쉽지 않다. 개인차가 있지만 보통 초등부의 중간인 3~5학년 시기를 독서과도기로 본다.

독서과도기를 잘 보내는 첫 번째 방법은 아이의 독서수준 파악하기부터 출발한다. 아이의 독서수준을 여러가지 측면에서 파악해야 한다. 아이가 현재 학년에 맞는 교과서나 동화책 등을 기준으로 소리를 내어 읽었을 때 발음이 정확한지, 속도가 느리지 않는지 등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아이가 현재 학년에 맞는 독서력인지 그보다 높은 수준인지 또는 그 이하의 수준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도서를 추천해 독서지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하기다. 그저 ‘책을 읽기’ 는 중요하지 않다. 그 책을 얼마나 정확하게 읽고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지 아이의 이해력을 파악해야 한다.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아는지 문장과 문단의 구조 등을 이해하고 있는지 독후 활동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은 골고루 읽히기다. 독서과도기는 편독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시기이므로 아이가 어떠한 종류의 책을 읽는지 잘 살펴야 한다. 편독으로 아이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야의 책을 통해 학습의 깊이가 생겨나기도 하고 일시적으로 나타난 후 점차 독서 영역이 확장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과도기에 편독 현상이 굳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아이에게 관심 없는 분야의 책을 읽히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럴 때 엄마가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내용을 이해시킨 후 아이 혼자 읽게 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게 유도하도록 한다.

독서력은 하루 아침에 키워지는 능력이 아니다. 그림을 읽고, 단어를 읽고, 문장이 되고, 짧았던 문장이 긴 문장이 되고, 문단을 이룬다. 조금씩 아이가 책을 읽어 내는 호흡이 길어지는 것이다.

독서가 습관이 돼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짧은 문장만 읽던 아이나 대충 책을 훑어 읽었던 아이는 그것이 습관이 돼 고학년이 됐을 때도 같은 방식으로 책을 읽는다. 긴 문장의 책들을 읽을 수 없는 것이다. 한글을 몰라서 읽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어떻게 읽고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이는 영어독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독서력은 이해력이 되고 학습력이 된다. 지금 만들어가는 독서습관이 아이의 평생습관이 될 수가 있다. 결국 지금 만들어진 독서력이 아이의 평생 독서력이 되는 것이다. 과도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 제대로 책을 읽고 있는지 독서과도기에 놓인 우리 아이들을 잘 관찰해보자.

<곽현희 dyb 최선어학원 독서지도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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