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불의 못 참고 중국인은 불이익 못 참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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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부터 중국 지도자들과 인맥을 쌓아온 이세기 한중친선협회장. [안성식 기자]

“내 지역구가 이젠 중국입니다.” 서울 성동구에서 4선(11·12·14·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세기(76) 한중친선협회 회장의 말이다.

 이 회장이 8월 초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이세기의 중국 관계 20년』(중앙북스)을 펴낸다. 국토통일원 장관이던 1985년 인도네시아에서 우쉐첸(吳學謙)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걸 시작으로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시진핑(習近平) 등 중국 3·4·5 세대 지도부와 세대를 뛰어 넘는 교류를 지속하고 있는 그는 지금도 한 달에 두 번 정도 중국을 방문한다. 이 회장을 지난 26일 만났다.

 -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모든 인간 관계 뿐 아니라 국가 관계에서도 중요한 건 상호 신뢰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해서 상대를 봐야 한다. 다른 하나는 중국을 올바로 봐야 한다는 건데, 과거의 시각으로 현재의 중국을 보는 우(愚)를 범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중국을 적으로 대하면, 중국은 적이 된다.”

 - 중국 최고 지도자들은 거의 다 만나셨는데.

 “우리 지도자들이 직설적인데 반해, 중국 지도자들은 우회적이다. 특히 언어 구사에서 짧은 한 두 마디 말로 많은 걸 생각케 하는 함축적 표현을 즐긴다. 겉은 부드러운데 속은 강한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이 많다. 튀거나 거들먹거리는 사람은 살아남기 어려운 분위기다.”

 - 중국은 오는 가을 후진타오에서 시진핑으로 권력 교체를 할 것 같다. 두 사람을 비교한다면.

 “후진타오 주석은 한마디로 ‘신사’의 풍모를 갖고 있다. 먼지 하나 털 데가 없다. 그러나 속은 무척 단단한 사람이다. 반면 시진핑 부주석은 대범한 편이고, 서글서글하다. 자신감도 넘친다. 특히 시장(市場) 친화적이라 우리 기업들한테는 큰 기회가 될 것 같다.”

 - 2002년 한중친선협회 회장이 된 이후 지금까지 수백 번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안다. 중국 사람은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

 “가장 큰 차이는 ‘시간(時間)’을 보는 관점이다. 중국 사람들한테 시간은 무한대이지만 우리는 늘 시간에 쫓긴다. 우리 회사원은 출장 기간 내 무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정치인은 자기 임기 내 무얼 이루려 한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성어가 있듯이 오늘 내가 못하면 나중에 자식들이 하겠지 하며 느긋하다. 그러다보니 협상에서 우리가 늘 밀린다.”

 - 중국을 상대할 때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점이 있다면.

 “우리가 총론을 중시하는 데 반해 중국은 각론을 더 파고 든다. 우리 민족은 불의(不義)를 못 참지만 중국인은 불이익(不利益)을 못 참는다. 비즈니스건 외교건 철저하게 이해타산적 관점에서 각론을 중시하는 게 중국이다. 중국이 흥정에 강하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꽌시(關系)’란 필요한 것인가.

 “중국은 냄비가 아니고 가마솥이다. 금방 끓는 게 아니고 서서히 끓는…. 사귀는 데 오래 걸린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 번 사귀어 놓으면 오래 간다. 그게 꽌시다. 꽌시 없는 중국은 생각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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