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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의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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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승희
워싱턴 총국장

미국 대통령 선거가 100일 남았다. 워싱턴은 바빠졌다. 지난주 브루킹스연구소에선 ‘후보의 사람들’이 외교정책을 놓고 일전을 치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선 캠프의 외교안보 참모인 미셸 플로니 전 국방부 차관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 캠프의 외교안보 참모인 리처드 윌리엄슨 전 수단대사가 맞토론을 했다.

 시리아 사태, 이란 핵 문제,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세계 외교가 도마에 올랐다. 한반도 문제도 거론됐다. 롬니 측 입장이 궁금했는데, 윌리엄슨 전 대사는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왕도는 없다며 지금까지 오바마 행정부가 취해온 정책을 지지한다고 쿨하게 말했다. 90분이 훌쩍 지나갈 만큼 공방은 뜨거웠다. 결론은 오바마 캠프의 판정승이었다. 롬니를 대변해 윌리엄슨은 국방예산을 늘려 ‘힘 있는 미국’을 재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청중석에선 재정적자가 수조 달러인데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겠느냐고 물었다. 윌리엄슨은 머뭇거리다가 “경제를 살리면 된다”고 했다. 야유가 나왔다.

 하지만 토론의 승부는 중요치 않았다. 후보 못지않게 ‘후보의 사람들’에게 주목하는 미국 정치의 지혜가 돋보였다. 대통령 리더십 전문가인 데이비드 거겐 하버드대 교수는 “대통령에게 새로운 도전이 거셀수록 팀워크의 정신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참모들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재선에 나선 오바마는 물론이고 야당인 롬니 캠프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밋 롬니의 사람들’이란 의미의 ‘MRC’란 항목이 마련돼 있다. 3대 공약으로 일자리와 경제, 외교, 작은 정부를 선정한 롬니는 항목마다 참모들의 이름을 열거했다. 외교 분야의 경우 로버트 조셉 전 국무차관, 에릭 에덜먼 전 국방차관 등 24명의 특보가 포진했다. 그 아래 ‘아시아·태평양 분야’에만 미 외교협회의 에번 파이겐바움, 애런 프리드버그, 켄트 러켄 등 3명을 뒀다. 참모들의 프로필과 저서까지 공개했다. 참모들의 이력만 보면 충분히 롬니의 외교 청사진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정보와 기술이 등장하는 21세기에 무불통지(無不通知)의 수퍼맨 대통령은 존재할 수 없다. 존재해서도 안 된다. 선거는 개인기 대결이 아니라 팀워크 대결이다. 국정 운영의 원리 자체가 팀 플레이다. 후보의 화려한 개인기에 눈길이 쏠리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당선된 뒤를 생각하면 후보의 사람들도 중요하다.

 미국 대선과 한국 대선을 중첩시켜 들여다 보면 아직도 한국에선 후보 중심의 선거다. 후보의 사람들은 대개 베일에 싸여 있다. 당선되면 5년 동안은 리콜하기 힘든 게 한국의 단임제 대통령이다. 그동안 후보에 초점을 맞췄다면 불과 5개월 남은 이제는 후보의 인재풀에도 현미경을 들이대야 한다. 숨어 있는 ‘박근혜 맨’ ‘문재인 맨’, 그리고 잠재적인 ‘안철수 맨’들의 능력을 무대 위에 올려야 한다. 5년 뒤 다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