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야유받는 선수, 박수받는 선수

중앙일보

입력

17일(한국시간)
알렉스 로드리게스(26)
가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후 처음으로 시애틀에서 경기를 가졌다.

세이프코필드를 가득 메운 시애틀 매리너스의 팬들은 경기의 승패보다도 '과거의' 프랜차이즈 플레이어에게 야유를 보내는 것에 관심이 더 많았다.

한 관중의 피켓에는 'A-Rod' 대신 'A-Wad(돈다발)
'이 적혀 있었으며, 다른 한 관중은 '집이나 한 채 사줘(A-Rod Pleas Buy Me A House)
'라며 조롱했다. 또한 '덕 멜빈(레인저스 구단주)
의 'Pay-Rod' '라는 피켓도 등장했다.

한 때 자신을 가장 아껴줬던 팬들의 야유 때문인지 전날까지 맹타를 휘둘렀던 로드리게스는 4타수 1안타를 기록하는 데 그쳤고, 레인저스도 7-9로 패했다.

다른 팀으로 이적한 선수들이 자신의 친정팀을 방문했을 때 얻는 반응은 두가지다.

하나는 로드리게스처럼 야유를 받는 경우. 이들의 대부분은 의리 대신 돈을 택해 떠난 경우다. 지난 겨울 로드리게스도 매리너스의 만류를 뿌리치고, 가장 많은 몸값을 제시한 레인저스로 옮겼다. 게다가 레인저스는 매리너스와 함께 지구우승을 다퉈야할 라이벌 팀이다.

로저 클레멘스(뉴욕 양키스)
의 경우는 다르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들은 클레멘스가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갔을 때는 결코 그를 미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클레멘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철천지원수' 뉴욕 양키스로 옮기고 나서는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지난해 펜웨이파크에서 있었던 페드로 마르티네스와의 맞대결에서 한 레드삭스 팬이 들고 나온 '로저가 누구냐(Rodger Who?)
'라는 피켓의 내용은 그들의 배신감을 잘 대변해준 문구였다.

반면 친정팀에서 환대를 받는 경우는 대부분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떠난 경우다.

1997년 올스타게임에서 제이콥스필드의 관중들은 돈을 따라간 앨버트 벨(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
에게 야유를 보낸 반면, 구단 수뇌부의 트레이드 결정으로 자신들의 곁을 떠난 케니 로프튼(당시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에게는 박수를 보내줬다. 결국 로프튼은 98년 다시 인디언스 팬들에게 돌아왔다.

로드리게스와는 달리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은 매리너스 팬들의 박수를 받는다. 물론 존슨은 트레이드를 관철시키기 위해 태업까지 벌였지만, 매리너스의 팬들은 존슨이 태업 밖에 할 수 없었던 속사정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세대교체를 위해 눈물로 시카고 컵스를 떠났던 마크 그레이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는 얼마전 컵스와의 시범경기에서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Joins 김형준 기자<generlst@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