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김동광 감독의 뿌리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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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았습니까?"

51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아버지 조지.E.프레츠(72)씨와 해후한 김동광(48)삼성 감독이 16일 공식적으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던진 첫 마디다.

피는 속일 수 없었던 것일까? 김감독이 아버지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어머니와 자신을 두고 떠난지 반세기만에 돌아온 아버지와 한국에서 재회하는는 것은 의미가 남달랐다.

그립거나 원망스러울 때가 별로 없었다고는 말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남모르는고통과 외로움을 달래야 했던 김감독에게 본격적인 뿌리찾기가 필요했던 것.

이러한 한을 숨기듯 김감독은 "운동에 전념하느라 아버지를 그리워하거나 그리원망해 본 적이 없다"라고 했지만 "결혼 후 자식을 가져보니 뿌리가 찾고 싶었다"고털어놓았다.

여기에다 그동안 인연이 없었던 팀 우승까지 이뤄놓고 보니 숙제처럼 미뤄왔던아버지와의 정을 다시 쌓는 일만 남았던 터였다.

프레츠씨는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도와준 것도 없는데 훌륭하게 커서 무척 자랑스럽다"고 재회의 소감을 밝혀 부자간의 정이 점점 돈독해 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김감독이 꿈에서만 상상해보던 아버지와 처음 만난 것은 바레인대표팀 코치로있던 83년 바레인에서였고 두번째는 지난해 미국 오리건주에 전지훈련을 갔을 때다.

그러나 왠지 서먹서먹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고 가족들에게도 다시 찾은 부친을소개시켰지만 이질감은 만만찮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독일의 명문 귀족 출신인 프레츠씨가 족보까지 가져와 직접 펼쳐 보여주었고 대를 이어 내려 온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반지를 아들의 손가락에 끼워주며 "7명의 자식 중 장남에게 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깊은 애정을 보였다.

김감독도 아버지와 새어머니인 재닛 프레츠(58)씨를 집으로 모시고 가 되도록많은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게 하고 앞으로 2주 이상 머물도록 하면서 발전한한국의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자신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지난 97년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고 김옥련씨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 이제는 남아있는 부모에게 사랑을 쏟고 싶은 게 김감독의 솔직한 마음이다.

아버지와 편지 왕래를 통해 소식을 전해받던 중학생은 이제 장년의 농구감독이되어 뿌리를 찾았고 한국전 당시 애인이 임신한 사실도 모른 채 명령에 의해 한국을떠나야 했던 미군 아버지는 백발의 노인이 되어 큰 아들을 되찾았다.

운동 경기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처럼 아버지 없이 커온 한을 농구에 풀어왔던 김감독의 인생 유전도 극적인 역전승처럼 보기 좋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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