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 놓고 미국 증시 뜨거운 바닥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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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주가가 바닥을 쳤느냐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다며 바닥을 예상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성급한 기대라며 거세게 반격하고 있는 것. 이는 특히 국내 주식시장 반등 가능성과도 맞물려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논쟁의 불씨를 지핀 사람은 비관론자로 유명한 샐러먼 스미스 바니(SSB)증권의 조너선 조셉. 그는 지난해 7월 5일 "반도체는 몇개월 뒤면 공급부족에서 공급과잉으로 바뀔 것" 이라고 전망해 반도체 주가의 본격 하락을 예언했다. 이에 대해 메릴린치.모건 스탠리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조셉의 평가가 잘못됐다" 며 반도체 주식의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논쟁은 결국 조셉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해 7월 정점을 친 반도체 주가는 수직 하락해 조셉의 예언자적 분석을 빛나게 했다.

그러나 이번에 조셉은 긍정론자로 돌아섰다. 그는 지난 11일 "현재 반도체산업은 더 이상 악화할 수 없을 만큼 최악" 이라며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등급을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기업들이 올해 30~35% 정도 신규 투자를 줄이는 데다 컴퓨터 부품인 '마더 보더' (주 회로기판)출하가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것이 반도체 경기 바닥권 신호로 간주하기에 충분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메릴린치.리먼 브러더스 등 대부분의 증권사는 비관론을 견지하고 있다. 리먼 브러더스의 대니얼 나일스는 지난 9일자 보고서에서 반도체 매출이 오는 8월 저점을 찍을 수 있으나 경기둔화와 닷컴기업들의 붕괴로 반도체 경기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반도체 매출이 올해 18~20% 감소해 최악의 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

현재 주식시장은 조셉의 평가에 따라 움직이는 추세다. 조셉의 보고서가 나온 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틀간 8.49%나 상승했고, 나스닥지수도 2.53% 올랐다.

이와 관련, 현대증권 한동욱 선임연구원은 "조셉의 경우 반도체업종 뿐 아니라 증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점에서 강점이 인정된다" 며 "미국 증시의 이번 반도체 저점논쟁의 경우도 조셉의 예언이 적중했다는 것을 상기하고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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