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 우의 이론가의 朝鮮 망언 '후쿠자와 유키치'

중앙일보

입력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 문제로 시끌벅적한 요즘 일본 보수 우익의 이론적 뿌리는 '일본의 볼테르' 로 불리는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1835~1901.사진) 에 있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 나왔다.

신간 '후쿠자와 유키치' 는 19세기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계몽사상가이자 게이오 대학(慶應義塾) 을 설립한 교육자, 그리고 '지지신보(時事新報) ' 를 창간한 저널리스트였던 후쿠자와 본인을 다룬 평전이다.

하지만 저자가 초점을 둔 후쿠자와는 갑신정변의 막후 연출자, 청일전쟁을 적극 선동한 주전론자(主戰論者) , 그리고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대해 세계의 비난 여론을 앞장서서 무마한 인물이다.

처음에는 일본 스스로를 위해 조선의 개화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뜻을 가졌으나 갑신정변이 실패하자 크게 충격을 받아 "조선은 '요마악귀의 지옥국' , 즉 야만 이하의 나라" 라고 혹평하며 일제의 조선침략을 적극 옹호하는 쪽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를 벗어나 구미 여러 나라 속에 들어가야 한다' 는 후쿠자와의 탈아입구론(脫亞入歐論) 이 '조선이든 중국이든 독립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이미 구미화한 일본은 다른 열강과 같이 마음놓고 아시아를 접수할 수밖에 없다' 는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로 변형된 과정을 후쿠자와가 지지신보에 실은 사설들과 자서전, 그리고 국내외 학자들의 연구서 40여권을 인용해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

언론인 출신의 일본통이긴 하지만 저자가 전공학자는 아닌 만큼 후쿠자와 사상에 대한 거시적.사상사적 통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에 관한 한 실제 사료에 근거해 대중적 언어로 핵심을 명쾌히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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