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빛깔] 천안시체육회 조동호 상임부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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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교사로 시작해 장학사, 장학관을 거쳐 교장을 역임하고 지역 교육의 수장까지 지낸 조동호(65·사진) 전 천안교육장이 교육 인생 36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으로 제2의 인생을 걷고 있다. 대학시절 축구 선수로 활동하며 전국체전에 출전할 정도로 남다른 체육 사랑을 자부해 온 조 상임부회장이 이제 지역 체육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상임부회장으로 위촉된 지 100일을 넘긴 조 상임부회장을 만나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든 교육 현장을 떠난 뒤 어떻게 지냈나.

“2010년 충남 교육의원에 출마해 낙선 한 뒤 잠시 슬럼프에 빠졌다. 지금 생각하면 슬럼프라기보다는 쉴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오래지 않아 모교인 공주대학교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오랜 교육 경력이 있는 동문이 입학사정관 역할을 해달라는 의미였기에 흔쾌히 수락했고 한동안 공주대에서 근무했다. 그러다 올 초 천안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오랜 시간 생활해 온 천안에서 다시 봉사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 결정하게 됐다. 사실 2개의 업무를 다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되면 양쪽 모두에 피해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천안시체육회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 체육회 상임부회장은 봉사직인데.

“그렇다. 현재 월급을 받거나 별도의 수당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처음에 주변 사람들은 꼬박꼬박 월급받는 입학사정관을 마다하고 굳이 시체육회 상임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냐며 잘 생각해보라는 조언도 있었다. 하지만 공주대 입학사정관의 경우 적당한 보수가 있는 자리인 만큼 젊고 참신한 후배들이 맡는 것이 옳다고 여겼다. 또 교육 현장에 있으면서도 늘 체육과 함께 한 만큼 시체육회에서 봉사를 한다면 의미가 더 클 것으로 생각했다.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 평생 체육과 함께했다는 건 무슨 뜻인가.

“중학교 다닐 때부터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축구를 했으니 꽤 오랜 시간 축구를 한 셈이다. 다른 구기 종목도 참 열심히 했지만 교직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프로 전향은 할 수 없었다. 이후 73년에 교직생활을 시작했고 12년간 장학사, 장학관으로 활동하며 체육행정과 교육행정을 두루 거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체육은 내 인생에 있어 뗄래야 뗄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 체육회 상임부회장으로서 올해 계획은.

“천안교육장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체육에 관심이 많았지만 막상 교육현장을 떠나고 보니 체육에 관한 한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온실 속 화초로 지내다 야생화가 된 느낌이랄까. 올해는 천안에 없는 종목들을 창단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정했다. 검도·씨름·역도·초등 남자배구 등 아직 갖춰지지 않은 종목들을 정비하다 보면 해가 짧을 것 같다. 현재 여러 학교와 종목 신설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 천안의 경우 타지역에 비해 인적 자원이 풍부해 심혈을 기울인다면 국가대표로 성장할 훌륭한 인재들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인생에 있어 목표가 있다면.

 “최근 비행 청소년들에 대한 기사를 접할 때면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프다. 남은 인생에서 한 번 더 헌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뜻있는 독지가들과 함께 비행 청소년을 선도하는 기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싶다. 제도권 교육의 꽉 막힌 틀에서 하는 교육이 아니라 자연과 벗 삼아 청소년들이 보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글=최진섭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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