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어라"…전매제한 완화로 가격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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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매물이 늘어나면서 웃돈이 많이 빠졌어요. 관심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긴 하는데 거래는 잘 안됩니다.”

수도권 공공택지 주택에 대한 전매제한 완화 시행을 하루 앞둔 26일 오전 수원 영통구 이의동 광교신도시 자연앤힐스테이트 인근 H공인 관계자는 “분양권 물량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전매제한 완화 계획이 발표된 지난 5월 이후 프리미엄(웃돈)이 30~40% 빠졌다”고 말했다.

이 지역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힐스테이트 85㎡형(이하 전용면적)은 1년 전 1억5000만원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 당시 분양권 전매는 불법이지만 소유자가 외국으로 이주해 합법적인 거래가 가능했다. 그런데 시장이 침체되면서 올 상반기 1억원 정도로 웃돈이 내려가더니 현재 6000만원까지 떨어진 가격에 팔아달라는 집주인이 생겼다.

이런 분위기는 인근 다른 단지도 마찬가지다. 광교신도시 호반베르디움 59㎡형의 웃돈은 올초 4000만원 정도나 됐지만 최근 매물이 늘어나면서 1000만원까지 빠졌다.

대출 많은 계약자 너도나도 분양권 매물 내놔

파주 운정신도시, 김포 한강신도시 등 미분양이 많은 택지지구의 경우 분양가 이하로 떨어진 물건이 적지 않다. 급매물이 크게 늘어나면서 분양가보다 더 떨어진 분양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달 말 입주하는 파주운정신도시 캐슬앤칸타빌이 대표적. 이 아파트 84㎡형은 분양가가 3억6000만원이었는데 3억원에 분양권이 나와 있다. 야당동 H공인 관계자는 “분양가의 20%인 계약금을 포기하고 내놓는 물건이 많다”며 “전매제한 완화 효과가 분양권 시세 하락세를 더 키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포 한강신도시도 분양가 밑으로 떨어진 분양권이 많은 건 비슷하다. 지난 6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한강 호반베르디움 전용 60㎡형은 분양가가 2억3600만원이었지만, 2억원 초반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부동산부테크연구소 김부성 소장은 “무리하게 대출을 늘려 집을 샀던 택지지구 아파트의 계약자들은 전매제한 기간 완화로 주택을 처분하려고 할 것”이라며 “분양권 매물이 늘어나면 아무래도 분양권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교․판교 등 인기지역 급매물 바로 거래 ‘반등 기대감’

현지 중개업자들은 하락세가 지역별로 모두 비슷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분양이 많은 지역은 당분간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광교신도시나 판교신도시 등 인기 택지지구는 반등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수원 영통구 OK공인 관계자는 “광교 호반베르디움 59㎡형의 경우 프리미엄이 1000만원 밑으로 떨어진 매물이 나왔지만 곧바로 전매제한이 풀리면 바로 계약을 하기로 한 가계약이 성사됐다”며 “더 많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교 자연앤힐스테이트 인근 중개업자도 “급하게 분양권을 팔아달라는 요청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고 분양권 시세를 묻는 매수자 문의는 늘어나고 있어 프리미엄이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정부는 27일부터 수도권 공공택지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에 대한 전매제한 기간을 기존 계약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고 개발제한구역 해제 공공택지 내 85㎡ 이하 주택의 전매제한도 7~10년에서 2~8년으로 줄인다.
이에 따라 수도권 택지지구에서 분양권 거래가 자유로워진 가구는 광교신도시(9200여가구), 판교신도시(2700여가구) 등 3만4000여가구 규모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수도권 택지지구 아파트 전매제한이 완화되면서 분양권 매물이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은 광교신도시 공사현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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