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호된 '성인식' 치르는 강초현

중앙일보

입력

"편하게 쏘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잘 안되네요."

대학진학까지 미루며 운동에 전념하기로 한 `사격스타' 강초현(19.갤러리아)의 성인무대 출발이 좋지 않다.

지난달 회장기대회 공기소총에서 본선 397점을 쏴 2위로 본선을 통과하고도 결선에서 흔들려 5위에 그쳐던 강초현은 11일 열린 실업단대회에서는 본선 393점으로 결선에도 오르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다.

시드니올림픽 이후 연예인 이상의 유명세를 치르느라 지난해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었다지만 소속팀의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속에 사격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부진이 거듭되자 주위에서는 서서히 염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초현은 5월 서울월드컵대회의 마지막 선발전으로 치러진 이 대회에서 랭킹 17위에 머물러 우수선수 특별선발케이스로 뽑힐 가능성도 희박해진 상태.

경기를 마친 강초현은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고 마음편하게 쐈는데 이상하게 기록이 좋지 않았다"며 잇따른 부진의 원인을 찾지 못해 답답해했다.

소속팀의 송희성코치는 연습사격에서 꾸준히 390점대 후반의 호기록을 내왔지만 막상 실전에서는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앞서 페이스가 흔들리는 듯 하다고 원인을 분석한다.

결국 겁없이 쏘던 고교시절과 달리 한 실업팀의 중심선수로서 느끼는 부담이 생각보다 큰 데다 갑자기 스타의 자리에 오르면서 마음가짐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주위의 걱정과는 달리 강초현 본인은 지금의 부진을 약으로 받아들이는 표정이다.

강초현은 "이번 대회가 큰 자극이 됐다. 앞으로 내년 아시안게임을 비롯한 큰 대회들이 남아 있는 만큼 심기일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국내에 사격붐을 일으키고도 본인은 호된 성인식을 치르고 있는 강초현이 주위의 우려를 씻고 `시드니의 미소'를 재연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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