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임급협상 대응전략 마련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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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부터 임금.단체 협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기업들이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사업장별로 노조의 두자릿수 임금 인상 요구와 함께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문제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 뻔해 주요 경제단체마다 임단협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지에 대한 기업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실적이 좋지 않거나 구조조정 중인 기업의 근로자들도 고용안정 확보를 위한 강경 투쟁에 나설 조짐이다.

◇ 임단협 설명회 성황=대한상공회의소(http://www.kcci.or.kr)가 11일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연 '올해 노동정책 및 임단협 교섭 방향' 에 관한 첫 설명회엔 시티은행.볼보코리아.지멘스 등 외국계 기업을 포함, 대기업.은행 등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춘투(春鬪)에 대한 큰 관심을 반영했다.

이 자리엔 삼성.현대.LG.SK의 주요 계열사를 포함해 2백여 중견.대기업의 인사.노조 관계자 3백50명이 몰려 강당을 가득 메웠다.

특히 롯데쇼핑.삼부토건.하나은행.대우건설.한진관광 등 10여곳은 인사담당 임원과 노조위원장 등 노사 간부가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외국계 기업들은 "한국내 활동에서 가장 낯설고 거북한 것이 노사 관련 관행과 갈등" 이라고 입을 모았다.

◇ 순탄치 않을 노사 협상=안종근 서울지방노동청장은 설명회에서 "상생(相生)의 노사 협상을 유도하는 게 올해 정부 정책 방향이지만 경제성장 둔화, 구조조정의 상시화로 일부 고용조정 관련 노사 갈등도 예상된다" 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임단협 마무리 직후인 5월 하순에서 6월 초순께 총파업 등 강경투쟁을 검토 중이다.

산별.단위 노조의 동조 여부에 따라 큰 진통도 있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경총과 노동단체들의 올해 임금 인상 가이드 라인은 각각 3.5%와 12%대로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이동응 정책본부장은 "일부 사업장에선 법 제정이 아직 안된 근로시간 단축, 모성 및 비정규직 보호 문제까지 이번 노사 협상에서 개별적으로 관철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고 전했다.

심갑보 대한상의 노사위원장(삼익공업 부회장)은 "사용자는 투명하고 열린 마음으로 경영상태를 알리고, 근로자는 회사 존립과 운명을 같이 한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홍승일 기자 hong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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