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62%가 재범 … 전자발찌는 한계, 심리치료 병행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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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 산양읍에서 실종된 후 22일 숨진 채 발견된 고 한아름양의 빈소가 통영시 적십자병원에 마련됐다. 24일 빈소를 찾은 학교 친구들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0년 12월 아동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현모(48)씨는 경남 양산과 울산에서 미성년자 23명을 상대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 미성년자에게 다가가 “너 담배 피웠지. 혼나야겠다”며 겁을 준 뒤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는 게 그의 범행 수법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현씨는 평소 아동 관련 음란 동영상과 소아성애 관련 서적을 탐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미 1985년부터 아동 성폭행 혐의로 두 차례에 걸쳐 14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하지만 교도소 밖으로 나오면 그의 성범죄는 계속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씨에게도 욕구를 억제하려는 의지가 보였지만 그것만으로 재범이 막아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성폭력 범죄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전자발찌와 화학적 거세 등 성범죄를 막기 위한 강력한 방안도 도입됐다. 하지만 전자발찌는 유지 비용 등을 감안하면 예산에 비해 재범을 예방하는 효과가 떨어진다고 한다. 또 모든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울 수도 없다.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는 계속 늘고 있다. 2000년 1만189건이던 성폭력 범죄는 2009년 1만6156건, 2010년 1만9939건 등으로 증가 추세다. 2010년의 경우 성폭력 범죄자 중 재범자가 61.6%에 달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성범죄의 재발률을 낮추려면 범죄자 격리가 능사가 아니라 상습 성범죄자에 대한 치료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15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성범죄자 39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치료프로그램 수강자는 1352명(34.3%)에 불과했다. 치료프로그램 시간도 범죄자 1인당 40시간 정도로 200시간 이상인 미국에 비해 훨씬 적다. 또 한국의 치료프로그램당 참여하는 범죄자는 평균 10.7명이나 된다. 참여 인원을 6명 이하로 제한해 범죄자의 성향에 따라 ‘맞춤형’ 치료를 하고 있는 캐나다와 비교된다. 캐나다는 아동 혹은 성인 대상 성범죄로 단순 분류하는 수준을 넘어 마약을 복용한 상태로 범행했는지, 범죄자가 성기능 장애가 있는지 등도 감안해 심리치료를 한다. 그 결과 재범률이 23.8%에서 8년 만에 5.6%로 떨어졌다.

 형사정책연구원 윤정숙 부연구위원은 “심리치료가 재범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전자발찌·신상공개 등 강력한 대응책과 함께 심리치료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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