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D-2] 축구는 정보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멕시코 올림픽 축구 대표팀 관계자들이 24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에서 열린 한국 대표팀의 훈련을 염탐하고 있다. [뉴캐슬=연합뉴스]

24일 새벽(한국시간),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훈련 중인 영국 뉴캐슬 소재 뉴캐슬대학 코크레인 파크 스포츠클럽에서 두 건의 ‘스파이’ 소동이 있었다.

 첫 번째 장본인은 멕시코였다. 한국팀 선수들의 훈련을 멕시코 대표팀 관계자 3명이 30분 가량 몰래 지켜보다 적발돼 쫓겨났다. 멕시코 미디어 담당관과 비디오 분석관, 그리고 또 한 명의 관계자가 사진기자용 카메라와 촬영 장비까지 갖추고 취재진으로 위장해 훈련장에 잠입했다. 대회 규정상 출전국 대표팀 관계자는 타국 대표팀 훈련장에 출입할 수 없다.

 멕시코팀 관계자들이 퇴장한 뒤에는 스위스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스위스팀 관계자가 한국 훈련장 주변에 둘러친 펜스의 열린 문틈으로 동태를 살피다 항의를 받고 줄행랑을 쳤다. 훈련을 이끌던 김태영 수석코치가 이를 발견해 훈련이 잠시 중단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훈련 직후 “전력이 노출되는 걸 원하진 않는다.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고 우리 준비를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듯 상대팀들이 규정까지 어겨가며 한국의 훈련을 살펴보기 위해 기를 쓰는 이유는 ‘정보’의 중요성 때문이다. ‘~카더라’식 정보만으로는 곤란하다. 눈으로 직접 봐야 믿을 수 있다. 한국팀 또한 마찬가지다. 규정을 어기진 않지만, 상대팀들의 정보를 최대한 많이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조별리그 상대팀 멕시코·스위스·가봉의 경기 비디오를 돌려보며 머리를 맞대고 분석 중이다.

 홍 감독은 21일 열린 멕시코와 일본의 평가전을 직접 관전하며 멕시코 선수들의 특징과 장단점을 파악했다. 뿐만 아니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상대팀 선수들의 현재 컨디션과 부상 여부를 파악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팀 미드필더 기성용(23·셀틱)은 훈련 직후 취재진과 만나 “상대팀들에 대한 분석은 상당 부분 마무리됐다. 우리가 가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런던 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개막을 앞두고 조별리그 B조 네 나라 사이에 정보를 둘러싼 ‘또 하나의 전투’가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26일 오후 10시30분 뉴캐슬세인트제임스파크 스타디움에서 8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가진다.

뉴캐슬(영국)=송지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