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 특허심사 공무원, 약초 백과사전 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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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약초 관련 특허 심사를 하던 특허청 공무원이 한국의 약초 백과사전을 냈다. 주인공은 특허청 서비스표심사과 조식제(55·사진) 서기관. 조 서기관은 최근 260여 종의 약용식물을 다룬 『특허로 만나는 우리 약초』(아카데미북)를 냈다. 특허 심사관·심판관답게 약초와 관련한 특허와 연구 논문 1300여 건을 함께 소개했고 약초 사진 1700여 장을 담았다.

 조 서기관은 증조할아버지-할아버지-아버지 3대 한의사 집안에서 자랐다. 어릴 때 『방약합편』(조선 후기의 의약서적)을 외고 약초를 썰며 자랐다. 우리 민족이 애용한 약초가 귀한 자원이라는 확신을 갖고 ‘약초 박사’의 길로 접어든 배경이다. 

 주말마다 카메라를 메고 전국의 산천을 찾았다. 설악산·오대산·덕유산·지리산 등 안 가본 산이 없다. 바닷가에 약초가 많기 때문에 남해안의 섬을 훑었다. 어떤 때는 친구들과, 어떤 날은 아내와 함께 다녔다.

여러 차례 산돼지를 만났다. 산돼지는 공격받지 않는 한 먼저 사람을 해치진 않는다고 한다.

“가만히 있으면 지나가죠. 출발하기 전에 위성사진을 보고 충분히 정보를 갖고 가지만 길을 잘못 들거나 능선을 잘못 넘어 서너 시간 걸려 되돌아온 적이 많습니다.”

 이 책에는 곰취·더덕·쑥 등의 산나물, 머루·오미자·복분자딸기 등 열매, 감·밤 등 과실수까지 망라돼 있다. 항산화·유방암세포증식억제 효과가 있다는 땃두릅나무는 함백산 깊은 곳에서, 관절염에 효능이 있다는 만년석송은 태백산에서 발견했다. 이것들은 지금은 약초로 거의 쓰이지 않는 희귀 약초이다. 민간에 구전될 뿐이다. 뽕나무 상황버섯도 아주 귀한 약초이다. 산삼을 캐서 주변의 암 환자들에게 준 적도 있다. 자신이 먹은 적은 없다고 한다.

 조 서기관은 “한국 약초들이 자원 식물로 가치가 높은데도 제대로 연구를 하지 않아 안타깝다”며 “내 책이 후배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 서기관은 1983년 상공부(현 지식경제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97년부터 특허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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