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시민군 국경 장악 … 정부군은 주민 대피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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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알아사드 사진 19일(현지시간) 터키와 맞닿아 있는 시리아 국경의 바브 알하와 검문소를 장악한 시민군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사진을 바닥에 내려놓고 짓밟고 있다. [바브 알하와 AP=연합뉴스]

시리아 시민군이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전면적인 공격을 벌인 지 6일째인 20일 다마스쿠스의 북부 지역 일부를 장악했다. 터키·이라크와 맞닿은 국경 지대의 주요 검문소도 시민군에게 넘어갔다. 로이터통신은 현지 활동가들을 인용해 시민군이 북부 바르제 전역을 손에 넣었고, 북부 텔과 두마이르의 일부 마을에서는 격전 끝에 정부군이 후퇴했다고 보도했다. 다마스쿠스주 경찰본부도 시민군의 공격을 받았다.

 시민군은 또 “터키 국경 검문소 가운데 최소 두 곳을 빼앗았다”고 밝혔다. 시민군이 말하는 검문소 두 곳 가운데 특히 바브 알하와 검문소는 시리아의 2대 도시 알레포로 이어지는 주도로를 지키는 곳이다. 시민군은 이라크 국경의 검문소도 장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군이 국경 지대를 장악했다는 것은 곧 무기와 식량, 인적자원 등의 안정적 보급로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이제껏 시민군은 터키 국경을 통해 밀수로 들여오는 무기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정부군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며 반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이날 다마스쿠스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성스러운 라마단이 시작되는 21일 전에 테러 집단을 모조리 쓸어버리겠다”며 대대적 진압작전을 예고했다. 국영TV는 “다마스쿠스 알미단에서 테러리스트들을 쓸어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막내 동생 마헤르가 이끄는 최정예부대 제4기갑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남서부 교외지역에서도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19일 하루에만 30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관련 국가들의 외교전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하원은 19일(현지시간) 펜타곤이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사들이지 못하도록 한 국방비 지출법률 수정안을 407대 5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했다. 이 수정안은 펜타곤이 러시아 국영 무기회사 로소보론엑스포트와 계약·제휴·자금대여 등 일체의 관계를 맺지 못하게 했다.

 이스라엘은 전군의 주말휴가를 취소하고 경계태세를 한 단계 높였다. 시리아 국민이 넘어올 경우에 대비해 국경지대 경비도 강화하고 있다.

 시리아 사태 해법의 열쇠를 쥐고 있는 러시아가 알아사드의 퇴진을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주프랑스 러시아 대사 알렉산드르 오를로프는 프랑스 RFI 라디오에 출연해 “알아사드가 더 민주적인 시리아를 위한 권력전환이 필요하다는 최근의 제네바 합의를 받아들였다”며 “알아사드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 다. 하지만 시리아 정보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오를로프 대사의 발언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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