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배우며 지적 호기심 채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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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유리관 속 액체가 거슬러 올라가는 마술을 체험하고 있다. 이 마술의 비밀은 공기보다 가벼운 액체(알콜)에 있다.

“마술은 속임수가 아닙니다. 과학이라고 할 수 있죠.” 동아인재대 마술학과 조동희 겸임교수는 “마술은 수학과 물리학에 기초한 만큼 이를 지적 호기심으로 이어줄 수 있다”며 “어려운 과학현상도 마술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물체는 중력 때문에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조 교수는 이와 반대로 물체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마술을 보여줬다. 고무줄을 자른 다음 반지를 끼웠다. 고무줄 양쪽 끝단을 15도 경사지게 잡자 반지가 조금씩 위로 올라갔다. 원리는 간단하다. 고무줄의 탄성을 이용한 것이다. 고무줄을 3분의 2 정도 미리 당겨 잡으면 탄력 때문에 팽팽해진다. 이때 고무줄을 조금씩 풀어주면 복원력 때문에 물체가 올라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조 교수는 쇠구슬 2개가 담긴 바닥이 둥근 도구를 보여줬다. 양쪽에 쇠구슬이 들어갈 수 있는 홈이 파여 있다. “쇠구슬을 양쪽 홈으로 넣어보세요.” 기자가 조심스레 한쪽을 기울여 쇠구슬을 넣은 후 반대편에도 넣으려 시도했다. 하지만 원형의 바닥 때문에 쉽지 않았다. 거꾸로 뒤집어 보고 흔들어 봤지만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원심력을 이용하면 간단합니다.” 조 교수가 팽이 돌리듯 도구를 돌렸다. 쉽게 쇠구슬이 각자의 자리를 찾아갔다. 회전을 하면 물체가 바깥쪽으로 나가려는 성질, 즉 원심력이 있다. 이를 이용한 마술도구다. 마술은 눈속임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기자의 편견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백호민마술학교 이성엽 이사장은 “마술을 교육에 활용하려면 어떤 원리로 그런 현상이 나타났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신기한 현상에만 주목하면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당부했다. 이때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녀가 어리면 마술에 대한 원리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때 부모가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종이컵3개로 공이 숨겨진 컵을 찾아내는 마술을 할 때 부모가 경우의 수에 대해 알고 설명해야 한다.

공을 숨긴 종이컵을 찾는 마술은 종이컵 하나에 자기만 알아 볼 수 있는 표시를 하고 중심에 둔다. 공을 왼쪽에 숨긴다면 표시한 종이컵과 오른쪽 종이컵 위치를 바꾸고, 오른쪽에 숨길 경우 반대로 바꾸게 한다. 중간에 숨기면 양 옆 종이컵 위치를 바꾼다. 상대방이 공을 왼쪽에 숨겼다면 표시된 종이컵이 오른쪽에 와 있을 것이다. 공을 오른쪽에 숨겼다면 왼쪽에 위치하게 된다. 이 마술을 토대로 경우의 수에 대한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이사장은 “마술의 원리는 수학과 물리학을 비롯한 과학적 요소가 바탕이 된 지적 행위”라며 “소근육 발달을 유도해 지능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인간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마술은 여러 사람을 앞에 두고 자신이 주도적으로 이끌기 때문에 자신감과 발표력을 기를 수 있다. 조 교수는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마술을 토대로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술을 배우고 싶다면 마술도구가 필요하다. 처음 입문하는 경우라면 마술도구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조 교수는 “마술도구 쇼핑몰에서는 원리보다 그 도구가 가져 올 수 있는 마술현상에 치중한다”며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마술도구를 구입하면 활용도는 떨어지게 된다”고 조언했다.

<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사진="백호민마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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