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힘 부시,시트콤 도마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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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케이블 채널인 코미디 센트럴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소재로 한 시트콤을 방영하기로 해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미국에서는 그동안 대통령의 정책 등을 다른 이름으로 빗댄 코미디는 많았지만 현직 대통령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시트콤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 시트콤의 제목은 ‘역시 부시야!’(That’s my Bush!)로 4일 오후 10시30분(현지 시간)에 첫 방송되며 에피소드는 모두 8개다.조지 부시 대통령과 부인 로라 부시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시트콤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뤄지는 부시의 통치 행위와 가정사를 주로 패러디할 예정이다.

부시의 쌍둥이 두 딸은 등장인물로 설정되지 않았지만 백악관 관료들은 다수가 얼간이로 그려진다.사형제도·총기사고·낙태 등 굵직한 정치적 주제를 다루지만 어디까지나 각 에피소드의 소주제로 녹이는 형식이다.

극중 부시는 훌륭한 대통령과 좋은 남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최선을 다하지만 거드름 피는 모습 등이 몹시 우스꽝스럽다.

예컨대 사형제도를 이야기하는 장면은 이렇다. 부시가 사형집행을 앞둔 죄수에게 말한다.“이봐 식충이!독극물 주사를 맞고 죽을 준비가 됐겠지?음,아무리 봐도 너에겐 가스실이 더 어울리겠어….”

그리고 나선 한 쪽 다리를 들고 죄수의 얼굴에 대고 방귀를 뀌는 식이다.아내에게도 그는 “로라,왠지 요즘 당신 얼굴을 한 대 갈기고 싶은데”라고 말한다.

방송사 내에서 여러 형태로 수위조절을 요구해올 듯하지만 제작진들은 부시가 총기휴대 금지를 놓고 고민하는 대목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제작진들은 극중에 ‘암살’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등 나름대로 기준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과 외모가 흡사한 티모시 보톰스가 부시 대통령 역을 맡았다.그는 ‘에덴의 동쪽’ 등 미국 TV 시리즈에 출연했다.로라 부시 역은 캐리 퀸 돌린에게 돌아갔다.

제작진은 “정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부시를 소재로 삼은 게 아니며 부시가 단지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이라며 “앨 고어가 이겼다면 그가 주인공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출자인 제프 맬먼은 “이번 시트콤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믿는다.이전에는 이런 식의 시트콤이 없었기 때문에 아마도 부시는 문화적 기호(icon)가 될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역시!부시야’에 미국인들의 이목이 더 집중된 것은 제작자 매트 스톤과 트레이 파커때문.지난 1998년 이들이 만든 TV용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South Park)는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었다.

‘사우스 파크’는 주인공인 초등학생들이 각종 욕설을 쉬지 않고 속사포처럼 내뱉는,요즘 한국식 표현을 빌리면 엽기적인 애니메이션이다.

특히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사탄과 동성애를 벌이는 엄청난 섹스광으로 묘사하는 등 도발적인 내용이 많았다.‘역시 부시야!’에서도 미국인들은 그런 도발성을 기대하고 있다.

코미디 센트럴은 미국에 6천4백여만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오락 전문 케이블 채널로 24시간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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