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숨 고르는 박태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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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극한까지 자신을 몰아친 ‘마린보이’ 박태환(23·SK텔레콤·사진)이 이제 숨을 고르고 결전에 대비한다.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메달 색깔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태환은 지난해 말부터 런던 올림픽에 대비해 훈련과 실전대회 참가를 병행해 왔다. 휴식 없이 이곳저곳을 오가며 체력이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자신을 시험했다. 현재 박태환은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막바지 훈련 중이다. 첫 경기인 자유형 400m가 열리는 29일(한국시간)까지 2주 정도 남겨둔 이번 주부터 훈련량을 줄이며 실전에 대비하는 조정기에 돌입했다.

 실전에 대비해 체력을 비축하는 조정기는 기록 단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박태환을 전담하는 마이클 볼 코치는 “박태환은 올해 조정기 없이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올림픽을 앞두고 조정기를 잘 거친다면 자유형 400m 기록을 1~2초 정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환의 자유형 400m 개인 최고기록은 3분41초53으로 라이벌 쑨양(21·중국)의 최고기록인 3분40초29에 1초24 뒤진다. 만약 박태환이 400m 기록을 1초 이상 단축한다면 3분40초대로 세계기록(파울 비더만·3분40초07)에 근접하게 된다. 쑨양 역시 상승세라 쉽게 우열을 점치긴 어렵다. 그러나 박태환은 쑨양과 400m 두 차례 맞대결(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1 상하이 세계수영선수권)에서 모두 이겨 자신감에 차 있다.

 평소 하루에 1만3000~1만5000m가량을 헤엄치는 박태환은 이번 주부터 훈련량을 1만m로 줄였다. 다음 주부터는 5000~6000m 수준까지 낮춘다. 훈련량은 점차 줄이되 훈련 강도는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한다. 가령 평소에 50m 코스 12회 왕복을 1세트로 한다면 왕복 횟수를 7~8회로 줄이는 대신 스피드를 높이는 식이다. 또한 영국과 인접한 프랑스에 머물며 기후·날씨·음식에 대한 적응도 마쳤다.

 미국·호주·일본 등 수영 선진국 선수들은 보통 큰 대회를 앞두고 조정기를 거친다. 기간과 방법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체력을 비축해 기록을 단축하려는 의도는 같다. 박태환은 은사인 노민상 감독에게 지도를 받던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는 딱히 조정기라고 할 만한 기간을 거치지 않았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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