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빗 2001결산…'선 없는 세상' 펼쳐 보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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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컴퓨터.정보통신 박람회 세빗(CeBIT)이 지난달 28일 폐막했다. 올해 세빗의 최대 관심사는 무선통신과 인터넷의 결합.

각 통신업체들은 세빗에서 3세대(3G)통신의 전단계로 유럽형 2.5세대 통신서비스인 일반 패킷 무선서비스(GPRS)를 이용한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또 무선단말기 인터넷 접속 방식인 WAP와 근거리 무선접속 기술 블루투스를 중심으로 기존의 무선 기기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각종 운영체제와 표준을 내놓았다.

신제품 각축장인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컴덱스'' 와 달리 그 해 정보기술(IT)흐름을 연초에 짚어 준다는 취지에 맞게 세빗에서는 신기술보다는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GPRS 시장 공략쪽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주파수 입찰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투자 등 과당 경쟁으로 3G 통신의 손익분기점을 2017년으로 내다보는 비관적 전망이 있는 가운데 급격한 변화보다는 2.5세대를 거쳐 자연스레 3세대를 채택하는 것이 업계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GPRS는 영국.독일이 상용 서비스에 나선 데 이어 오스트리아.이탈리아도 곧 채택할 전망이다.

이번 박람회에 참석한 통신사업자.통신장비 업체들은 GPRS와 현재 상용되는 2G(디지털 PCS)에서 그대로 쓸 수 있는 블루투스.개인용 휴대단말기(PDA).MP3 등의 기술을 내놨다.

미국의 모토로라는 GPRS 단말기를 이미 15만대 생산하는 등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점을 강조하며 이 단말기로 e-메일과 온라인 채팅을 시연했다. 스웨덴 에릭슨은 블루투스를 채용한 GPRS 단말기를 일본 캐논사의 디지털 카메라와 무선으로 연결, 화상을 e-메일로 보내는 시범을 보였다. 핀란드 노키아는 WAP를 이용해 e-메일과 팩스를 전송하기도 했다. 일본의 NTT도코모는 GPRS단말기에 일본 국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i-모드를 적용한 제품을 선보여 5월로 예정된 3G 이동통신 W-CDMA에 대한 대대적 선전을 했다.

이밖에 각 업체들은 단말기에 동영상 게임을 구현하고 MP3 파일 다운로드 기능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응용기술을 강조했다.

무선통신 인터넷 접속방식 표준 선정에 대한 업체간 각축도 치열했다. 에릭슨.노키아.삼성 등은 WAP를 기본 프로토콜로 이용한 단말기를 제시했고, 일본 미쓰비시 등은 WAP와는 경쟁 관계인 마이크로소프트의 ME 방식을 채택한다고 발표했다. 또 이번 박람회에서는 블루투스 전용관이 설치될 정도로 블루투스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블루투스는 컴퓨터.휴대폰.TV 등 각종 정보가전 기기들을 무선으로 연결해(10m 반경 내) 데이터를 서로 교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첨단 기술이다.

휴렛 패커드는 프린터를 블루투스로 호환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는 주변기기를, 아노토 AB라는 스웨덴 회사는 손으로 쓴 내용을 컴퓨터와 휴대폰에 전송할 수 있는 디지털 블루투스 펜을 내놓았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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