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업체 절전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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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최근 전기료를 40%이상 인상함에 따라 실리콘 밸리 업체들이 절전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30일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기업들은 캘리포니아공공시설위원회(CPUC)가 지난27일 전기료를 42-46% 인상한데다 올 여름 에어컨 가동 등으로 전기수요가 급증하면단전사태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각종 절전 묘안을 짜내고 있다.

휴렛 패커드는 `에너지비상상황실(war room)''을 설치한 데 이어 샌프란시스코만(灣) 5개 지역 소재 41개 빌딩에 근무하는 직원 1만2천명의 전기소비를 모니터하기위해 워룸을 3개 더 신설키로 했다.

휴렛 패커드는 주 전체 전력공급이 위험수위에 도달한 경우 전등을 끄거나 승강기 가동을 중단하고 실내온도를 낮춤으로써 전기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이 회사는 컴퓨터 센터 냉방장치를 절전형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로시 제약사는 지난 19일 1시간동안 전기공급이 중단된 것을 교훈삼아 1천200명직원들에게 전기수요가 많은 시간에 사무실과 연구소의 컴퓨터와 전등을 끄도록 지시했다. 로시측은 이를 통해 전기사용량을 20% 줄일 계획이다.

시스코 시스템스는 절전형 장비를 추가로 설치, 전기소비량을 10% 더 감소시키기로 했다.

미 전역에 50여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엑소도스 커뮤니케이션스 등은자체 발전소를 짓거나 일부 운영본부를 다른 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크놀로지 업체 급증과 컴퓨터복합단지(server farm) 확장으로 실리콘 밸리의 현재 전기수요가 오는 2015년 예상 수준과 비슷하다며 새너제이시가 곧10억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서버팜을 승인하면 전기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전력통제기관인 캘리포니아독립시스템운영국(ISO)은 오는 6월 단전사태를 피하기 위해 확보해야 하는 전력공급량에서 7%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ISO는 30일 오전 9시10분 일부 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전력예비율이 5%이하로 떨어짐에 따라 전력비상수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높였다. 2단계 아래서는 기업.학교.공장 등이 전기료 할인을 조건으로 자율 단전조치를 취하게 된다.

주의원들은 절전 유도를 위해 저소득층.학교.기업 등에 대출.세금감면.무료 절전장치제공, 절전형 교통신호 설치 등 각종 법안을 제출해놓고 있다.

부도위기에 몰려 전기 구입을 주정부에 의존하고 있는 태평양가스전기사(PG&E)와 남가주에디슨사(SCE)는 지난 1월19-2월11일 사이에 공급받은 전기 대금 1억500만달러를 주정부에 처음 지불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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