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위전략 아니냐 … 중국, 미 주도 TPP에 의심 눈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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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으로 본다. 표면적으로 미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남중국해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베트남이 참가하고, 동중국해에서 영유권 다툼을 하고 있는 일본이 참가한다면 중국으로선 TPP를 포위망의 하나로 간주할 여지가 있다. 지난해 11월 위젠화(兪建華) 중국 상무부 차관보는 “중국은 어떤 나라로부터도 TPP에 초대받지 못했다”며 미국 주도의 TPP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중국은 주로 인근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기꺼이 FTA를 맺었다. 미국이 TPP 공세를 강화하면서 중국은 중화권 협력체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1차적으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을 품 안에 넣고 여기에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이는 이른바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 구축 구상을 이미 내놓았다. 반면 일본은 중국 주도권 견제를 위해 아세안과 한·중·일 외에 인도, 호주 및 뉴질랜드까지 포함해 모두 16개국으로 무역 블록을 구축하자는 입장이다. TPP를 통해 미국과 중국이,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를 놓고 일본과 중국이 각각 대결하는 양상이다.

 중국에서는 좀 더 노골적으로 왕조시대 중화권 질서를 부활시키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중국 칭화대 국제경제연구소 쥐젠둥(鞠建東) 교수는 10일 남·북한과 중화권 등을 묶는 단일 통화 경제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고 타블로이드판 신문인 왕보 등이 보도했다. 그가 제시한 ‘화하(華夏)공동체’ 안은 중국과 대만, 양안의 경제통합을 기반으로 홍콩·마카오 등을 묶어 단일 통화권을 먼저 만든 뒤 궁극적으로 남·북한과 싱가포르, 베트남, 몽골 등을 포함해 9개 국가로 자유무역 블록을 형성하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한술 더 떠 쥐 교수는 이 블록에서 통일된 화폐를 사용하고, 자유무역과 생산요소의 자유 이동을 실현하자고 주장했다.

허귀식 기자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Economic Partnership). 2015년까지 회원국 간 관세와 비관세 장벽 철폐를 목표로 한다. 상품 거래는 물론 노동자의 이동과 투자 자유화, 환경·식품안전 등 모든 분야가 대상이다. 현재 미국·호주·뉴질랜드·칠레·페루·싱가포르·말레이시아·베트남·브루나이 등 9개국이 TPP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일본이 참가하면 사실상 세계 1, 3위 경제대국인 미·일 간 FTA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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