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의 난초 한줄기가 반토막만 그려져 있다. 그림 밖으로 뻗어나가려는 기운이 느껴지는 필획이다.
바로 옆에는 나머지 반토막이 이어서 그려진 작품이 붙어 있다. 힘차게 이어지는 필획은 공간을 뛰어넘어 두 그림을 연결한다. 두 그림을 합쳐 하나의 작품 '나는 공간' 을 만들었다.
한국화가 김성희씨가 28일~4월 3일 서울 인사동 공화랑에서 '특유한 사람-사군자 그림' 전을 연다. 전통적 소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 결합한 독특한 작품들이다.
'풀의 눈-무진장' 은 수많은 풀잎들이 화면을 뒤덮고 있다. 그런데 풀잎마다 눈이 하나씩 그려져 있다.
배를 타고 강물 위를 흘러가는 사람을 그린 어주도(魚舟圖) 를 변형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커다란 대나무의 마디 대신에 조그만 어주도를 진한 획으로 그려넣는 기법을 쓰고있다.
산수화의 강렬한 바위주름이 대나무 두그루 사이를 쪼개며 떨어져 내릴 듯한 '부서진 순간' 도 있다. 중후함과 고아함이 서로 긴장을 이루면서 공존한다.
국화 줄기에 붙은 수많은 어주도는 혼란스러우면서도 묵직한 풍경을 연출한다.
작가는 서울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한 뒤 동국대에서 미술사학 박사학위를 받고 동국대에 출강 중이다. 02-735-9938.